한국 종교문화 점차 서구화|한국갤럽 종교실태·의식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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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나라의 종교 문화가 동양적 사고에 기반을 가졌던 종교문화전통에서 서구적 기독교문화의 영향이 강한 문화로 옮겨가는 전환기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 갤럽 조사연구소의「한국인의 종교실태 및 종교의식」조사결과는 우선 기독교의 신장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 전체 조사대상자중 종교인이 49.0%이고 그 구성은 불교인 20.9%, 개신교인 19.2%, 천주교인 7.0%, 기타종교인 1.9%였다.
89년 3월 전국 18세 이상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는 ▲가구 수에 비례하여 조사대상자를 정하였으나 도시인의 응답이 높았고 ▲신흥종교·민족종교인들의 응답이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개신교와 천주교를 합한 기독교신자가 불교인과 민족종교인의 수를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불교 1천만·개신교 1천만·천주교 2백60만명 등 각 종교가 주장하는 신 도수(정확한 수치보다는 주장 쪽에 가깝다. 천주교는 근사치로 받아들여짐)와 비례상으로는 거의 접근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독교의 신장은 종교의식·신앙형태 등 종교문화의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의 종교문화는 샤먼·유교·불교 등이 함께 영향을 미쳐 신앙형태가 중층적이고 절대자에 대한믿음이 약하며 현세 중심적 사고구조가 강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그러한 것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인간운명의 주인」이라는 동양사상은 지금도 우리에게 무척 강하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그렇다」가 81.0%로 84년 조사 때보다 4.9%가 감소하였다.
「극락이나 천국은 저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아니다」가 21.1%로 3.3% 늘어났다.
종교의례 참석 빈도에서도 증가를 보이고 있다. 개신교가 84년에 비해 11.1%, 천주교신자는 0.2%증가를 보이고 있다. 기도·기원의 빈도도 개신교가 5% 증가를 나타냈다.
이에 비해 불교도는 의례 참석이나 기원·기도 빈도에서 오히려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 민족 종교들도 의례·기도의 생활화가 크게 강조되고있지 않다.
종교간의 갈등은 크지 않다.「여러 종교의 교리는 서로 틀리는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 같거나 비슷한 진리를 말한다」는 설문에「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76.8%를 차지하고 있어 교리주의적 태도보다는 각 교리를 보편적 진리로 받아들이려는 성향이 높다. 그러나 타종교와 비 종교인이 80% 이상 그러한 생각을 갖고 있음에 비해 개신교는 63.7%밖에 거기에 동의하고 있지 않아 관용성이 약하다.
개신교는 서울 올림픽 때 서낭당·장승설치 반대, 최근 연세대에서 나타난 장승 반대 움직임 등으로 우리종교문화, 나아가서는 전통문화에 대한 교리 주의적 입장이 강화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개신교뿐 아니라 기독교전체가 전통종교·민족종교와의 관계에서나 우리전통 문화와의 관계에서 어떤 조화를 이루어낼 수 있느냐가 우리종교계의 숙제일 것이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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