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무단횡단ㆍ불법주차 서울 뺨친다(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무질서 오토바이 대북만 백20만대/체증 심해도 짜증은 안내
대만에는 교통질서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불분명할 정도다.
붐비는 교차로에는 반드시 육교나 지하도가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행인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횡단보도가 있지만 대부분 이를 이용하지 않는다.
그대신 건너고 싶은 곳이면 행인들은 아무데서나 무단횡단을 한다.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차선이나 3차선을 달리던 차가 1차선을 달리고 있는 차를 아찔하게 앞질러 좌회전하는 일을 예사로 한다.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되지않느냐는게 교통규칙 위반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이같은 교통무질서는 인구 3백만명의 수도 대북시에서 극에 달해 있다.
승용차등 각종 차량이 50만대를 웃돌고,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가 무려 1백20만대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토바이는 거리의 무법자다.
좁은 국토와 높지 않은 도로율로 인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 행렬들은 차량홍수속을 헤치고 다녀 자동차운전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동남아 각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만에 이처럼 오토바이가 많이 보급된 것은 1년내내 날씨가 따뜻해 운전하는데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데다 가격이 비교적 싸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가격은 대당 3만∼3만5천대만달러(80만∼90만원)로 소형승용차의 35만대만달러(9백만원)의 10분의 1선이어서 학생들은 물론 직장인ㆍ주부에 이르기까지 소유층이 다양하다.
이때문에 대학구내는 물론 시내 건물모퉁이마다 오토바이 주차장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차량 틈사이를 헤쳐다니며 질주하는 오토바이는 언제든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오토바이운전자들이 젊은층이어서 그 가능성은 높은 셈이다. 또 이들은 반드시 착용하도록 되어 있는 헬밋을 거의 쓰고 다니지 않는다.
대만의 교통질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차공간이 좁아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자동차의 불법주차로 인한 교통체증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있다.
특히 상가등 주요 건물앞에는 「주차금지」의 반 사정조의 팻말들이 나붙어 있지만 전혀 「협조」하는 사람들이 없다. 사정이 이러니 대북시의 교통체증은 서울을 능가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너드라이버는 물론 택시운전사조차 별로 짜증을 부리지 않는다. 오토바이가 아슬아슬하게 옆을 스쳐 택시앞으로 나서도,아니면 2차선에서 달리던 차가 1차선으로 가던 자신의 차를 앞질러 곧바로 좌회전을 해도 클랙슨 한번 울리는 적이 없다.
이와 함께 대만의 택시들은 일체 합승행위를 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하루종일 택시 잡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만큼 자가용 승용차 및 오토바이가 널리 보급돼 있기 때문이다.
또 택시운전사들은 무감각하리만큼 여유있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택시를 타고가다 백화점에 들러 물건을 살 일이 생겨 10∼20분만 대기해달라고 요청하면 두말없이 이에 응한다. 그동안 요금은 시간이 흘러간 만큼 추가된다.
이때 좀더 여유있는 택시운전사는 대기요금마저 요구하지 않는다. 아예 대기하고 있는 동안 시간병산 미터기의 작동을 중단시키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택시운전사가 승객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일도 있다.<이춘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