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 집단항명사태 왜 일어났나(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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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집행업무 이관추진에 반발/절반이 부처 옮기는 기구축소안/좋은 정책도 독단이면 무리따라/“공무원기강 흔들”… 토론활성화 바람직
권영각 건설부장관이 방대한 건설부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조직개편수술에 착수함으로써 건설부전체가 초비상이 걸렸다.
권장관을 대신해 김대영 차관이 20일 발표한 조직개편안은 한마디로 도로ㆍ댐ㆍ상하수도 등 각종 집행부문의 조직을 각 지방자치단체 및 환경처ㆍ내무부등으로 이관하고 건설부는 토지ㆍ주택 등 정책관계분야만을 전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경우 현재 3천19명에 이르는 건설부 직원중 절반 정도는 다른 부처로 살림살이를 옮겨야 할 형편이어서 큰 충격이 예상된다.
직원들로서는 당연히 이같은 축소개편안에 반발,심각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권장관이 전체직원을 상대로 조직개편방안을 처음 설명하려고 소집한 20일 아침 조회에서는 그같은 반발이 공무원사회에서는 금기시되어온 집단퇴장으로 표출되는 불상사를 낳기에 이르렀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마치고 사회를 보던 총무과장이 『다음은 장관님 훈시가 있겠습니다』라고 하자 5백여명의 참석직원중 앞쪽에 앉은 국ㆍ과장 50여명을 제외하곤 모두 퇴장함으로써 조회는 무산되고 말았다.
권영각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건설부조직 개편방향을 설명하면서 『건설부업무중 70%가 집행부문의 일이고 정책개발업무는 30%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건설부가 제위상을 찾으려면 집행분야의 일은 모두 다른 부처로 옮기고 주택ㆍ토지등 중점분야의 정책업무를 대폭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밝혔었다.
이같은 의중은 그대로 조직개편안에 반영돼 ▲도로건설 및 유지보수업무ㆍ하천사업ㆍ하수처리장 건설사업은 모두 지자체로 넘기고 ▲댐건설 및 관영상수도사업은 산하 수자원공사로 ▲공단조성사업은 토지개발공사로 ▲국립공원관리업무는 몽땅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이관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부처간 다원화돼 있는 업무영역을 일원화시킨다는 목표아래 ▲주차장관리는 교통부로 ▲상수원보호관리업무와 하수처리장건설은 환경처로 ▲중앙재해대책본부는 내무부로 ▲공업항건설은 해운항만청으로 넘긴다는 것.
타부처의 업무를 건설부가 받아 올 것은 ▲현재 재무부가 관장하고 있는 주택금융 ▲내무부 소관인 오지 및 섬지방개발사업ㆍ온천개발ㆍ부동산 중개업 관리업무 등이다.
권장관은 이같은 개편안을 이미 지난달 중순 노대통령과 독대하는 자리에서 보고,사실상 승인을 받음으로써 현재 총무처가 정부조직전체를 조정ㆍ개편하는 작업에서도 건설부 개편안은 빠진채 건설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장관은 이같은 개편방향을 이미 건설부에 들어오기전부터 생각했으며 재임1년이 지난 지금 「확신」을 갖는 단계에 이르러 어떤 부작용이 있어도 이를 추진,여의치 않을 경우 사퇴할 각오까지 돼 있다고 비장한 마음을 피력한바 있다.
그러나 장관의 이같은 방향에 대해 대부분의 건설부직원들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적인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얼핏 보아서는 대강의 줄기는 바로 잡은 것 같지만 실제내용을 뜯어보면 지나치게 사안을 단순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도로ㆍ댐ㆍ광역상수도등 주요하고 덩치큰 공공사업은 지자제가 실시되더라도 중앙정부차원의 역할이 여전히 강조되고,중앙정부가 집행업무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라면 현재의 국세청ㆍ철도청등의 업무도 모두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야할 것이라는 반론이다.
전문가들은 건설부의 이같은 소용돌이를 두고 신선하고 전향적인 발상이라도 장관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경우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으므로 직원들과의 토론장을 활성화하고 전직 장관등 신망있는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한 후 앞으로의 진로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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