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주상복합 청약과열 현상 건설업체 책임도 물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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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아파트값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정부 당국자는 며칠 전 경기도 분당 신도시에서 분양된 더샆 스타파크라는 한 주상복합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무려 72대 1이라는 신문기사를 읽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주택산업 위축을 들어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보였던 정부 당국자는 지금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일반 아파트는 강력한 투기억제 조치 등에 힘 입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주상복합아파트 청약열기는 여전히 과열현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7월 1일부터 투기과열지구에선 3백가구 이상의 주상복합아파트도 청약통장 가입자를 대상으로 분양해야 하고 입주 때까지 분양권을 사고 팔 수 없다.

하지만 이 내용이 시행되기 전에 건축허가를 받았거나 신청한 사업은 종전 규정을 적용받아 웬만한 곳은 이 규제와 무관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미 분양된 곳도 그렇지만 앞으로 서울 용산 세계일보자리 등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노른자위 주상복합아파트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이들 청약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스럽다.

분당의 청약현장에서는 청약자들로 북새통을 이룬 것은 물론 청약대기표까지 거래될 정도였으니 투자수요의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청약금 2천만원으로 로열층에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그 자리에서 챙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돈벌이가 어디 있겠는가. 설령 프리미엄이 붙지 않는 나쁜 층에 당첨돼 계약을 하지 않아도 청약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으니 환금성에 이어 안전성 또한 높아 이만한 투자상품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을 계속 두고봐야 할까. 실수요자가 아닌 가수요자들의 돈 놓고 돈 먹기식 투기판은 이제 중단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지난 15일 분양해 5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인 서울 구로동의 쌍용 플래티넘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계약자 변경을 받은 첫날 25% 가량 손바뀜 현상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단타를 노리는 투기적 수요가 많다는 분석이다. 분당의 스타파크는 어떨지 모르지만 아마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투기판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데도 건설업체들은 왜 청약 경쟁률을 높이는 데 혈안일까. 가뜩이나 정부가 부동산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주택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규제의 강도는 더 강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민한 시기에 과열경쟁을 유도한 사업주체와 시공업체에 대해 동종업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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