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추/산지서 한포기 800원 장바구니 담을땐 4,00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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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가락시장 도착하면 1천3백원/트럭서 하차하는데 웃돈 1백원/강원 평창서 서울 소매상까지 행로추적/상인 일곱사람 손거쳐/하루만에 값 5곱 붙어.
【춘천=이찬호기자】 강원도산지에서 8백원짜리 통배추 한포기는 5시간을 달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1천3백20원에 1차도매상에게 넘겨진뒤 3∼4차례의 중간도매상을 거쳐 소비자에게는 4천원이상에 팔려나갔다.
복잡한 유통과정,산지에서 중간상인들의 밭떼기ㆍ매점 등으로 배추는 하루만에 값이 5배가량 껑충 뛴 「금추」로 변한 것이다.
15일 오후5시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산지배추수집상 김모씨(46)는 밭떼기로 배추밭을 사둔 상인 이모씨로부터 4.5t트럭 3대반분량의 밭 9백평을 7백만원에 사들여 배추를 뽑았다.
트럭당 가격은 2백만원,한트럭에 2천5백포기를 실었기 때문에 한포기의 값은 불과 8백원꼴이었다.
강원도 평창군이나 대관령 일대에선 상인들의 밭떼기가 극성. 고랭지 채소밭중 90%이상이 이처럼 도시중간상에게 전매된 상태여서 농민들은 금값배추 혜택을 전혀보지 못하는 형편이다.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차항리농민 김모씨(35)가 지난달 20일 1천2백만원에 팔아넘긴 배추밭 4천5백평은 1주일만에 3천만원에 다른 상인에게 되팔렸고 이 마을 이모씨(46)도 1만2천평의 배추밭을 4천만원에 밭떼기로 팔아넘겼으나 불과 한달만에 1억2천만원에 되팔렸을 정도다.
배추를 싣고 횡계리를 출발한 트럭은 이날 오후10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도착,트럭당 3백30만원을 받고 배추를 위탁상(상회)에게 넘겼다.
포기당 1천3백20원이었다. 김씨는 트럭당 상차비 14만원,운송비 14만원,수수료 26만4천원 등 제비용 56만원9천원을 제하고도 73만1천원의 이익을 남겼다.
팔린 배추는 짐을 풀지도 않은채 20분뒤 그자리에서 30만원의 웃돈이 붙어 다시 2차 중간도매상에게 넘겨져 하차작업에 들어갔다. 포기당 값은 1백20원이 추가된 1천4백40원으로 뛰어올랐다.
하차된 배추는 또다시 2∼3단계 소규모 도매상을 거치면서 단계마다 손실분(운송ㆍ하역과정에서 생기는 파손분)보전과 상인들의 이익분이 얹혀져 다음날 오전6시 소비자에게는 7명가량의 상인손을 거친끝에 4천원이상의 값에 팔리고 있었다.
산지를 떠난 배추는 하루만에 값이 5배나 뛰어버린 것이다.
농민 김모씨(48ㆍ평창군 도암면)는 『산지에서 중간수집상들이 재배초기단계에서 미리 선금을 주고 밭떼기로 사들이는 바람에 이들 고랭지채소들은 농협 등의 계통출하에서 제외,값이 제멋대로 정해져 농산물가격파동의 원인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밭떼기로 선매된 배추는 현지에서 되치기라는 전매형식을 빌려 2∼4배까지 값이 오르는 것이 통례라고 농민들은 밝혔다.
농민들은 이같은 유통구조모순을 막으려면 농협을 통한 전량계통출하가 필수적이지만 현재로서는 생산량과 수요량조사도 제대로 안돼 중간상인들에게 대부분 의존할수 밖에 없어 상인들의 폭리를 막을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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