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황석영씨 「남측대표」로 연설/평양 90년 8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찬삼특파원 제2신/비오는 천지연… 천여명 참가/백두산서 전화로 한국언론 첫 송고 기쁨도
○…13일 오후 백두산 산정 천지에서 열린 출정식에는 해외에서 온 대표등 1천여명이 참석.
○내외 보도진 1백여명
중국의 신화사,소련의 타스 등 내외 보도진 1백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이날 출정식에서 범민족대회 북한측 준비위원장인 윤기복과 남한측 전민련대표라고 밝힌 황석영씨 등이 각각 서막 연설.
황씨는 『임수경 학생과 문익환 목사가 감옥에서 신음하고 있음은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콘크리트 장벽을 뚫고 철따라 어김없이 피어난 백두산의 꽃처럼 우리 강토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과 부활의 신념은 곧 우리 민족의 생명력』이라고 말하고 『미국을 타도하고 통일을 이루자』고 말했다.
발대식에 이어 구호들이 적힌 색색의 깃발을 앞세운 1천여명의 참가자들은 양강도예술단의 농악팀을 선두로 약 2㎞에 걸쳐 행진을 벌였다.
○도시락으로 점심 들어
○…해외동포 대표단들은 북측이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들고,간백산 밀영(비밀병영),항일 유적지,김정일 생가,백두산 밀영 등을 돌아보고 기념식수를 한 뒤,백두산 기슭의 전적비 관리소,근로자 휴게소 등을 관광.
이에 앞서 해외동포 대표단등 발대식 참석자들은 13일 오전 9시 조선민항 특별기편으로 평양 순안비행장을 떠나 함흥상공을 거쳐 이륙 50분만에 1천여명의 근로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양강도 삼지연비행장에 도착.
황씨는 삼지연비행장에서 환영단에 의해 무등에 태워진 채 미리 대기하고 있던 부인과 아들에게로 안내되어 가족과 합류.
○곳곳에 고산ㆍ야생식물
○…발대식 참석자들은 공항에서 버스를 나누어 타고 백두산정으로 출발. 백두산으로 오를수록 들쭉나무,만병초 등 고산식물과 야생화가 곳곳에 피어 있었다.
행사가 열리고 있는 동안의 천지연은 비가 뿌리는 가운데 구름에 가리워 있었으나 바람의 방향에 따라 간간이 그 비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시간 시도끝에 통화
○…발대식 취재를 마친 본 기자는 백두산 기슭의 백두산 밀영 전적지 관리소에 설치된 단 하나뿐인 전화기를 이용,처음으로 백두산에서의 해외송고를 시도했다.
이 관리소의 교환양 신춘화(21)는 1시간 10여분에 걸친 끈질긴 시도끝에 이날밤 9시50분 평양을 거쳐 홍콩의 중앙일보 특파원과 연결됐다.
여러가지 잡음과 혼선속에 겨우 판별되는 가느다란 목소리의 연결이었지만 백두산에서 해외로 송고되는 한국언론사상 최초의 순간이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