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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추병직발 신도시 투기 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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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추병직발(發) 신도시 투기붐'이 요란하다. 유력한 신도시 후보로 소문난 인천 검단의 한 미분양 견본주택 앞에는 밤새 분양 희망자들이 장사진을 쳤고, 급기야 분양 방법을 선착순에서 추첨으로 변경했다. 검단.파주.동탄 등 후보지역마다 "눈떠 보니 5000만원이 올랐다"는 노다지 신화가 꼬리를 물고 있다. 집값 안정이란 목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혼란만 남았다.

지금까지 신도시는 관련 공무원들이 몇 달씩 격리돼 비밀작업을 한 뒤에야 발표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충분한 현장 실사를 통해 신도시 예정지와 개발계획, 투기방지책 등을 확정한 후 한꺼번에 공개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달랐다. 건교부 브리핑실을 찾아와 날씨 이야기하듯 신도시 계획을 툭 던졌다. 그는 신도시를 애들 소꿉장난처럼 여기는 모양이다.

"강남을 대체하는 신도시"라는 그의 주장대로라면 강남 집값이 내려야 정상이다. 그런데 거꾸로 오른다. "지금 아파트를 사면 손해"라는 친절한 설명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신도시 후보지마다 투기로 난장판을 만들어 버렸다. 이제 그의 말을 믿다간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스스로 "부동산 정책은 80점"이라 하니, 혹시 만점을 1000점으로 착각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추 장관은 "신도시 두 곳 갖고도 안 되면 앞으로 무제한 신도시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주먹구구로 계속 밀어붙일 작정인 모양이다. 더 이상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난하기도 지겹다. 건설적 비판을 귀담아 들을 사람도 아니다. 솔직히 언제부터인가 그가 입을 열면 덜컥 겁부터 나기 시작한다. 제발 누가 좀 나서서 추 장관을 말려 달라. 부동산 정책 실패의 장본인이 저렇게 오랫동안 장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정말 희한하고 기막힐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