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싸움(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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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독간 동독인 “되찾겠다”/현거주 동독인 “못주겠다”/돈주고 매입 동독인/정부서 반환약속 서독인/수백만명 「통독주름살」 고심
동ㆍ서독 통일을 앞두고 지난날 동독을 탈출,서독으로 갔던 동독인들이 자신이 버리고 떠났던 옛집과 옛땅의 소유권반환을 요구,현재 그 집에 살고 있는 동독주민들 사이에 소유권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독정부가 동독을 탈출한 사람들로부터 압수한 집에 살고 있는 동독주민수는 수백만명에 이른다.
얼마전 양독정부는 과거 동독정부가 강제압수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동독인들은 6개월내에 재산을 원소유자,즉 서독인들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압수한 땅과 집에 살고 있는 동독주민들은 원래 소유자가 나타나 반환을 요구할 경우 어쩔 수없이 집을 비워주어야 할 형편이다.
동독 람스도르프에 살고 있는 에디스라쉐씨(43)는 얼마전 서독제 은빛 고급BMW승용차가 자기집 모퉁이를 돌아오는 것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한다.
서독제승용차를 탄 사람이면 서독에 사는 옛주인이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중 상당수는 언젠가 옛 주인이 찾아와 「이제 내집ㆍ내땅을 돌려주시오」할 날이 곧 닥쳐오리라는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에디스 마이어여사(79)의 경우는 그래도 운이 좋아 그대로 살던집에 눌러살 수 있게된 케이스다.
멋진 차를 타고 찾아온 옛주인의 상속녀는 마이어여사가 죽을 때까지 그 집에 살것을 허락했다.
그러나 마이어여사는 이 집은 지난 74년 내 『남편이 구입했고 그전엔 국가에 꼬박꼬박 임대료를 납부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하소연했다.
마이어여사의 경우처럼 양독정부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자신들의 소유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동독인들도 많다.
병원연구소에서 보조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안드레아 프리드리히씨(28)도 『한 서독인이 벤츠차를 타고 와 자기집 사진을 찍어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하고 『도대체 30년동안 그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나는 반드시 우리집을 지킬 것』이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인다.
자동차정비공인 라이너씨(29)도 『이 집은 내 목숨과도 같다. 아무도 나를 이 집에서 내몰지 못한다. 내가 동독에서 태어난 것이 내 선택에 의한 것인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집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드 메지에르 동독총리는 동독인들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으나 동독경제재건계획에 주름살이 생길 것을 우려,결국 콜서독총리의 「소유권반환」요구에 굴복했다.
왜냐하면 서독은행들은 담보물이 대출신청자의 법적소유하에 있지않을 경우 결코 대출을 해줄수 없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소유권반환작업을 벌이고 있는 볼프강 프로반트변호사는 공산학정을 피해 달아났다는 이유만으로 소유권을 상실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못박는다.
프로반트변호사는 그러나 동독 임차인들은 서독법에 의해 보호를 받게될 것이라고 말한다. 서독법에 따르면 임대인은 자신이 임대한 집으로 이주하려할 때만 임차인에게 가옥을 떠날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정부재정상태를 유지하기에 급급한 동독정부는 원소유자의 반환요구가 반드시 있게될 정부압수 가옥들을 여전히 1만8천달러씩 받고 동독인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원소유권을 주장하는 서독인과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정부로부터 가옥을 구입했음을 들어 소유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동독인들과의 마찰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서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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