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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해외기업 매수 잇따라(경제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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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기술이전 기피하자 아예 사들여/전문인력 확보에 판매망도 이용
국내기업들의 해외기업에 대한 매수합병(M&A)이 점차 적극화되고 있다.
지난 86년 ㈜대우ㆍ삼성전자 등 전자회사들이 외국 반도체ㆍ컴퓨터회사들을 매수한 것을 시발로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는 이미 10여건을 넘었고 현재 인수작업 추진중인 것도 6∼7건으로 알려져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기업들이 외국기업인수에 이처럼 나서고 있는 주된 이유는 선진국의 기술이전 기피현상 때문. 기업을 아예 사들일 경우 쉽게 이같은 기술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데다 회사의 기존 현지판매망을 넘겨받는다면 그만큼 시장접근도 용이한 까닭이다.
지금까지 해외투자의 주류가 무역업을 위한 현지법인 설립,쿼타등 무역장벽 타개를 위해 우회수출을 겨냥한 봉제ㆍ섬유 등 해외합작 현지생산공장 건설이었다면 이와는 또다른 해외투자전략인 셈이다.
국내기업중 가장 최근 해외기업인수에 성공한 케이스는 건전지 메이커인 서통그룹. 계열회사인 서통화학에서 산업ㆍ문구용 접착제테이프를 생산해온 서통그룹은 지난 6월 미국의 5대 산업용테이프사의 하나인 아메리칸테이프사와 데본테이프사를 5천7백만달러에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서통은 이를위해 지난 88년부터 미국에 STC현지법인을 설립,인수를 추진해왔는데 최근 실시된 국제입찰에서 미ㆍ일ㆍ캐나다 등 경쟁회사를 물리치고 이를 인수,이들 회사의 테이프제조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은 물론 수출개척의 길을 열게 된 것이다.
또 ㈜진도는 지난 2월 미3대 모피체인의 하나인 퍼볼트사를 1천5백만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현재 최종 인수절차를 밟고 있으며 5월에는 영창악기가 3백만달러에 미첨단악기 메이커인 쿨즈와일사의 전자악기부문 경영권을 인수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쿨즈와일사는 디지틀피아노를 세계최초로 생산한 회사로 영창악기측은 인수가 매듭지어지는대로 디지틀악기용 반도체칩3종을 「영창쿨즈와일」이란 브랜드로 생산,자사가 생산하는 디지틀피아노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삼미그룹도 최근 캐나다의 특수강공장인 아틀라스사를 2차에 걸친 공개입찰끝에 2억1천만달러로 인수에 성공,국내기업으로는 해외기업 매수합병에 있어 최대규모의 인수를 기록했다. 이로써 삼미측은 연간 국내생산 1백만t,아틀라스사 인수로 50만t등을 합쳐 세계 유수의 특수강회사로 발돋움했으며 「삼미아틀라스사」라는 현지법인도 설립,5천만달러의 신규설비투자를 진행중이다.
외국기업의 인수에는 가전사들의 활약도 작지 않다.
현재까지 인수가 완료된 것만도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설계회사인 미 마이크로파이브사 인수를 비롯,㈜대우 등의 미자이모스사(반도체설계)코이데타사(퍼스컴생산판매),아남의 영국 ITEQ사(반도체)인수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이들 가전회사의 경우 자사반도체ㆍ컴퓨터산업 취약부문의 보강을 위해 인수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는 미 마이크로파이브사 인수로 컴퓨터 소프트웨어전문개발 인력을 적지않게 확보했고 ㈜대우는 코이데타사를 인수,이 회사의 현지판매망을 이용해 퍼스컴판매를 한층 강화했다.
그러나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가 어려움 없이 손쉽기만한 것은 아니다.
오디오기기,특히 스피커부문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미 매켄토시사의 경우 브랜드획득을 위해 국내 5∼6개업체가 인수를 검토,금성사는 최종입찰까지 참여했으나 결국 일본업체에 밀려났다
한편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가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주로 미은행ㆍ증권사 등 M&A 전문회사들로부터의 국내기업을 상대로한 매수합병 알선도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그룹의 경우 매달 10여건씩이상의 제의가 들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들 회사들이 중견그룹까지 순방하며 정보제공과 매수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한국내 증권사간부의 설명이다.<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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