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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의 종산 마니산은 "마리산" 제이름 찾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며칠 전 부천 시청에 갔더니 직원들간에 야유회를 강화도 마리산으로 가는데 마리산이 옳다느니, 마니산이 옳다느니 하면서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공무원들도 이렇게 지명에 혼선을 빚고 있으니 비단 마리산뿐만이 아니고 전국의 산·강·땅 이름들이 우리 말과 뜻대로 표기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민족의 종산이요, 겨레의 성산이며, 전국 체전 때 성화가 채화되는 곳으로 널리 알려진 강화군 소재 마리산에 대한 잘못된 표기는 그동안 정부의 공용 표기에 있어 순 한문식 이름만을 써온데서 빚어진 잘못이다.
지명의 표기는 원래 그 지방민들에 의해서 오래 전부터 불려오는대로 해야 함이 마땅하고 합리적인 것이다.
지금도 강화군에 가보면 토박이 노인들은 모두 마리산이라고 부르고 있다. 행정 관청에서도 마리산 국민학교로 쓰고 강화 군청 제정 『강화 군민의 노래』에도 마리산으로 되어 있다. 산 중턱에는 「마리산 기도원」이라는 커다란 돌비석이 서 있는 등 강화 군민들은 모두 마리산이라 부르는데 정부의 공용 표기에는 마니산으로 하고 있으니 이는 민족 주체 의식이 결여된 사대주의적 표기 방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마리」라는 말은 원래 머리를 뜻하는 고유한 우리말이다. 흔히 고기를 셀 때 1수 2수 하는 것과 같이 마리산은 머리산이며 으뜸을 뜻한다,
백두산도 원래 머리산인데 한자로 바꾸어 흰머리산이라하여 백두산으로 부르게된 것과 같다.
역사의 기록에서 보면 『고려사화」와 『규원사화』에서도 전부 마리산이 (이, 이, 이 자로 표현) 되어 오다가 조선시대에 와서 승병들을 시켜 마리산 참성단을 보수시킨 보수일지 『강화 부지』와 『세종실록』에서 마니산으로 쓰면서부터 마리와 마니로 혼용되어온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지명과 역사와 언어에 관계하는 학자들이 마리산이라 부르는 것이 온당하다는 당위성에 고증을 필하였다니 정부는 곧 개명을 발표하기 바란다. 국민들은 정부의 발표이전이라도 현지 주민들이 부르는대로 마리산으로 부르고 써 민족의 얼을 되찾고 민족 주체의식을 함양시켜 나가는 것이 주체적인 국민의 길이라 생각한다. 한상운 <경기도 부천시 남구 중동 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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