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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주최 대학생 기획·탐사 공모 가작 5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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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본지가 주최한 제5회 대학생 기획.탐사기사 공모전의 가작으로 뽑힌 5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지면 사정상 수상자들과 협의해 요약문을 싣습니다.

임태우·김민정·이소연씨(왼쪽부터).

"과학논문 증가 … 함량은 제자리"
서울대 김민정, 한양대 이소연.임태우

2005년 한국 과학자들이 과학기술논문색인(SCI)에 등재한 논문 수는 2만3000여 편으로 전년에 비해 20% 가까이 급증했다. 세계 순위로는 14위다. 30위권 밖에 머물던 1990년대 초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SCI 논문 수가 폭발적인 오름세를 보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경무(전기공학부) 서울대 교수는 "90년대 이후 해외 유학파 교수의 임용이 늘고 인터넷 환경이 개선돼 논문 집필이 빨라졌다"며 "특히 SCI 논문 수로 교수 성과를 평가하는 BK21 사업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에 비해 실제 과학기술 역량도 그만큼 늘었는지 의문이다. 논문의 질은 흔히 해당 논문이 다른 논문에 몇 회나 인용됐는지를 나타내는 피인용지수(IF.Impact Factor)로 따진다.

국내 학술지의 IF는 2004년 기준으로 세계 29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국내 학술지 중 IF가 1.0이 넘는 것은 8개에 불과하다. 과학 학술지로 널리 알려진 네이처나 사이언스는 IF가 30이다. 소문난 잔치에 실속은 없는 셈이다.

김주미·한세원씨(왼쪽부터).

"대학 편입학 정책 주먹구구"
경북대 김주미, 한세원

대학 편입학은 제2의 입시라 부를 만큼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불합리한 편입 제도와 학교 당국의 시행착오로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영어 시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편입 전형이 비판을 받는다. 반면 편입한 뒤 전공을 배우는 데 필요한 기초지식을 묻는 시험은 비중이 낮거나 아예 실시하지 않는다. 김용일 계명대 학생처장은 "대학들이 학생 유치를 위해 사실상 영어만으로 편입 시험을 치른다"며 "이 때문에 편입한 뒤 적응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편입생이 늘고 있다"고 털어놨다.

3학년 이상으로 못박은 편입 허용 시기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4년제 대학의 전공과정은 2학년에 시작한다. 3학년에 편입한 학생들은 남들보다 1년 늦게 전공을 배우게 돼 편입생들은 졸업 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불투명한 시험 관리도 비판받는다. 학교들은 응시생의 점수는 물론 출제된 문제의 정답도 공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온라인 등엔 가채점 점수가 훨씬 낮은 학생이 합격했다는 등 불미스러운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최중혁·김지연·강은지씨(왼쪽부터).

"보육원 대신 가정 위탁 양육 늘려야"
숙대 강은지, 연대 김지연, 성대 최중혁

"한국은 시설(보육원)에서 기계적인 방식으로 아동을 집단 양육한다. 이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위배된다." 2003년 1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지적이다.

고아원으로 불리던 보육원은 한국전쟁 이후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어린이를 보호하는 역할을 도맡아왔다. 그러나 보육원은 아동에게 애정 결핍 등의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경희대 아동학과 안선희 교수는 "친부모와 함께 살 수 없을 경우 최대한 가정과 같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며 "가정 위탁 양육이나 입양이 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일반화된 가정 위탁은 보육원 대신 다른 가정에서 아이를 맡아 양육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김정순 수양부모협회 사무국장은 "한국전쟁 이후 '부모 없는 아이는 고아원에 보낸다'는 인식이 굳어졌다"며 "남의 아이를 맡는 것을 기피하는 동양적 정서도 문제"라고 말했다. 따라서 국가가 가정 위탁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위탁가정이 받는 정부보조금은 한 달에 7만원에 불과하다. 네덜란드에선 위탁 가정에 친자녀 양육비와 동일하게 지급하고 영국은 위탁 아동을 돌본 만큼 월급을 지급한다.

이윤석·주세환씨(왼쪽부터).

외국인 학생 "한국생활 규제 많아"
경희대 이윤석, 인하대 주세환

지난해 한국에 온 중국인 유학생 롄셩췐(28.인하대 국제통상학부)은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가 없다. '보증인을 세우지 않고는 안 된다'는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의 말에 결국 한국인 친구의 명의를 빌려 휴대전화를 장만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2만여 명. 한국어를 좋아하고 한국 문화를 익히러 왔지만 이들의 생활은 녹록지 않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국제적 이미지와 달리 한국에 온 외국인 유학생들은 휴대전화나 인터넷 포털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포털 등 회원제 서비스의 경우 가입 절차가 한국인보다 훨씬 복잡하거나 아예 차단돼 있다. 고려대 교환학생으로 1년간 한국에 머문 데이비드 존슨(22.런던대 한국학과)은 "한국인 친구들과 가까워지려고 미니홈피를 만들려 했지만 신분 확인 자료를 팩스로 보내야 하고 절차도 복잡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이트 가입 시 거쳐야 하는 실명 확인 과정에서 외국인 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오류도 자주 발생한다. 네이버 민원실의 김세권 상담원은 "실명인증기관의 데이터베이스와 확인 절차를 거치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외국인을 위한 별도의 안내문을 게재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홍익대 곽진성씨

대학 홈피 재미있게 '퍼놀리지' 열풍 분다
홍익대 곽진성

대학가 온라인에 '퍼놀리지(funology.Fun+Technology)' 열풍이 불고 있다. 웹진.게시판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정보 전달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해주고 다양한 콘텐트를 통해 유행을 창조하는 대학가의 중심지대가 됐다.

한양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하이홀릭은 '한양놀이터'라는 코너를 통해 학생들이 바로 플래시 게임을 즐기도록 꾸몄다. 이화여대의 '이화이언'에선 사랑과 섹스에 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건강한 성'과 시험 정보를 공유하는 '이대 족보 만들기'가 인기를 끈다. 성균관대의 포털 '성대사랑'은 셀프 사진 게시판을 운영 중이다.

학생들은 사이버 커뮤니티를 통해 스타나 유행을 창조한다. 최근 '키스피아노'라는 예명으로 가수로 데뷔한 곽유니씨는 데뷔 전 모교인 연세대 커뮤니티에서 '얼짱'으로 인기를 모았다.

학사 정보만 전달하던 대학 공식 사이트도 퍼놀리지를 수용한다. 조사 대상 70개 대학 중 25곳(36%)이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커뮤니티.클럽을 개설했다. 광운대 등 4곳에선 채팅 기능도 넣었다. 2005년 이후 사이트를 개편한 대학은 조사 대상의 63%(44곳)에 이른다.

이에 걸맞은 콘텐트도 늘고 있다. 영남대 홈페이지에선 'KTX 함께 타기' 게시판이 인기다. 방을 개설하면 같은 방향의 학생들이 함께 열차를 탈 수 있게 꾸몄다.

한남대에선 재학생의 건의를 총장에게 직접 전하는 '총장님께 글쓰기'가 운영되고 있다. 청운대는 싸이월드에 학교 커뮤니티를 만들고 전담 직원까지 두고 있다. 관리자 남성희(37)씨는 "현재 '일촌'이 1100여 명에 이른다"며 "학사 정보만 전달해 외면받던 과거와 달리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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