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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능력검정시험 도입 배경은…홀대받는 한국사 관심 끌기 묘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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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문> 다음 중 그 시기가 가장 빠른 것은? (2001년 행자부 7급)

① 목화 재배

② 향약구급방 간행

③ 농상집요의 전래

④ 화약 제조 기술의 도입

<문> 정약용이 저술한 책의 수는? (1989년 사법고시)

① 500권 ② 900권 ③ 800권

④ 1000권 ⑤ 200권

<정답> ②, ①

위 두 문제는 한국사가 외면 당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공무원 시험을 사례로 들었을 뿐이지 학교에서나 기업체 입사 시험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암기식 문제와 지엽적인 질문의 전형이다.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 위원장 유영렬)는 이같은 유형의 문제들이 한국사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확산시켰다고 판단했다. 변별력을 높인다는 명분아래 출제한 문제들이 한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까지 근본적으로 앗아가버렸다는 것이다.

현재 사법.행정 고시에서는 국사 시험이 제외된 상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국사를 선택하는 비율이 급감하고 있다. 국편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만든 배경이다.

◆ 한국사 홀대 막을 묘안 될까=국편은 잘못된 유형의 시험이 초래한 폐단을 참신한 방식의 시험을 통해 해소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한국사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고 지식의 수준을 심화시키려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성패는 좋은 문제를 출제해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얻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순 암기식 문제와 떨어뜨리는 것만을 목표로 한 지엽적인 문제는 당연히 제외될 것으로 예견된다. 국편측은 한국인이면 알아야할 기본 한국사 지식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푸는 과정에 자연스레 습득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국편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홈페이지(http://www.historyexam.go.kr)를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국사 문제를 공모하고 있기도 하다.

◆ 공무원 시험 활용 땐 파급력 클 듯=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한국사 분야의 토익'을 지향한다. 한국사와 관련된 주요한 평가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으로 표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공무원 채용이나 대기업 입사 시험 과정에 활용된다면 그 파급력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인적자원부 직속 기구인 국편이 주관하므로 공신력이 있다 하더라도 문제 출제와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된 이유다.

국편의 장득진 편사기획실장은 "출제.감수.평가를 맡는 위원회를 각각 별도로 만드는 등 공신력을 높이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며, "출제위원회는 한국사 및 역사교육 관련 교수, 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 중고등학교 역사 교사 등으로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응시 자격 제한없어=이 시험엔 누구나 응시할 수 있고, 70점 이상(초급은 60점 이상)만 획득하면 누구에게나 자격증을 수여한다. 객관식 문제와 함께 주관식(단답형, 서술형)도 5문항 이상 출제될 예정이다.

응시 요령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급수에 지원하면 된다. 11월 25일 시행되는 시험은 첫 회인 관계로 현재 구체적으로 참고할 만한 수험서를 시중에서 구할 순 없다.

합격자 명단은 12월 29일 인터넷으로 발표하며, 인터넷 상으로 응시자가 성적통지서를 출력할 수 있다. 합격자에 한해 인증서를 개인별 우편발송도 한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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