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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축전 개런티 시비 北 평양귀환 지연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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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27일 오후 5시 민족평화축전 북측 참가단을 태우고 제주공항을 이륙할 예정이던 고려항공편이 평양 순안공항의 기상악화로 출발이 지연되자 참가단원들이 계류장으로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연합]

제주 민족평화축전에 참가했던 북한 대표단이 27일 남측에 행사 참가 대가를 요구하며 평양 귀환을 늦추는 소동을 빚었다. 남북간 민간 교류에서 행사 대가를 둘러싸고 공개적인 논란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조직위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 오후 5시 숙소인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을 떠날 예정이었으나 참석 대가 2백20만달러(약 26억4천만원)를 즉각 내놓으라며 버텼다.

조직위 측은 김원웅(개혁국민정당 대표)위원장을 내세워 호텔 로비에서 김영대 민화협 회장과 단독협의를 갖고 설득했으나 북측은 "이런 식으로 하려면 북측과 다시는 행사를 할 생각을 말라"고 완강하게 맞섰다. 북측 관계자는 "동포들이 사는 곳인데 설마 밥 한끼, 잠자리 하나 안 주겠느냐"며 압박했다.

남측은 양측이 합의한 2백20만달러 가운데 50만달러는 착수금조로 행사 개막 전 북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문화공연 대가 50만달러는 북측이 예술.취주악단의 파견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바람에 방송사(MBC)가 중계권을 반납하는 등 차질을 빚어 지불이 어렵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 북측은 당초 4백명의 대표단 파견을 약속했으나 1백90명만 왔다.

남측은 또 TV.냉장고 등 현물로 지불하기로 한 나머지 1백20만달러도 절반 수준인 60만달러만 주겠다고 제안했다.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자 남북한은 결국 추후에 양측 조직위 채널을 통해 대가를 협의하기로 했다. 남측 金위원장은 "구체적인 대가를 밝히기 어렵지만 미국.유럽 등지에서처럼 관례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북측 대표단은 대기 중이던 두대의 고려항공 전세기에 오후 9시 탑승을 마쳤으나 평양 순안공항의 기상악화 때문에 자정을 전후해 각각 출발했다. 한편 제주 행사에 파견된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직원들은 북측 대표단의 출발도 확인하지 않은 채 오후 9시10분 비행기로 서울로 철수해버려 정부 당국이 북측 대표단의 현지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큰 혼선을 빚었다.

제주=양성철.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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