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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페루 쿠스코시-태양신 찬란했던 잉카 문명의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남미 대륙을 연상할 때 우선 떠오르는 것이 아마존강과 밀림, 그리고 잉카 문명과 그 유적지 등일 것이다.
페루는 바로 이 남미의 대표적 상징들을 모두 갖고 있는 나라다.
한반도의 약 6배에 해당하는 1백30만평방㎞의 국토에 총 인구는 2천만명이 조금 넘는데 국토의 60%정도는 삼림 지역이라 희귀한 동·식물도 많고 개발 가능성도 크다.
우리에게 『철새는 날아가고』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히트곡 『엘 콘돌 파사』라는 애잔한 멜러디의 노래도 미국에서 발표되긴 했어도 본래 페루에서 내려오던 곡을 채보하여 편곡한 것.

<여름은 12월부터>
우리 나라와는 지구의 반대쪽이라 12월부터 3월까지가 여름에 해당하고 시차도 13∼14시간이나 난다. 지역에 따라 기후가 달라 여행자들은 여름옷과 가을옷이 모두 필요하다.
특히 시기나 지역에 따라 옐로 카드 (예방 접종 증명서)를 요구할 때가 있으므로 미리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아두는 것이 좋다.
페루의 관문은 리마. 서울에서의 직항 항공편은 없지만 미국이나 캐나다에서의 항공편은 상당히 많으므로 여행에 불편은 전혀 없다.
특히 리마의 국제 공항은 남미 최고 시설의 현대식 공항인데 시내까지의 거리는 우리 김포공항 정도된다.
리마는 남미 고고학의 중심지인 페루의 수도답게 각각 특징 있는 박물관들이 많이 있다. 유적지를 직접 답사하고 싶은 여행객들도 미리 박물관에 들러 개괄적으로나마 사전 지식을 쌓아두면 현장의 진수를 맛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
훌륭한 고대 문명을 간직한 나라답지 않게 페루의 문맹률은 거의 30%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길거리에서 편지 따위를 대신 타이핑해주는 기이한 풍경이 눈에 띄기도 한다.
또한 리마에는 옛날 스페인 식민지시대의 호사스럽고 종교적인 색채가 풍기는 잔영이 곳곳에 널려있다.
유명한 곳으로는 남미의 정복자 피사로의 미이라가 유리케이스 속에 안치되어 있는 교회당과 리마 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주라고까지 할 수 있는 산타로사와 성 마르틴이 지하에 묻혀있는 산토 도밍고 교회 등이다.
번화가인 라우니온은 우리의 명동 분위기와 비슷한데 고급 상점도 많지만 해가 저물면 노점상들로 북적거리며 생기가 꿈틀댄다.
큰 소리로 손님을 끌고 상인들마다 상품을 소개하는 풍경이 우리에게는 어딘지 낯설지 않다.
담배 한개비도 팔고 반창고나 송곳같은 것도 눈에 띈다. 애완견을 갖고 나와 족보까지 설명하는 장사꾼도 있다.

<지금은 인구 10만>
우리의 겨울이 리마의 여름인데 맑은 날이 아니면서도 무덥고 음산하고 습하지만 비는 별로 오지 않는다. 겨울로 접어드는 5월에나 찔끔 비가 내려 여기 사람들은 이 비를 「잉카의 눈물」이라고 부른다.
리마에서 30분쯤 차로 내려가면 잉카가 태양신을 숭배해 세워놓은 파차카마크 피라미드가 사막 가운데에 고적하게 서있다.
잉카는 11세기말까지는 일개부족에 불과했지만 12세기초부터 16세기초까지 수도인 쿠스코를 중심으로 지금의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에콰도르까지 포함하는 대제국을 형성해 유일신인 태양신을 숭배하며 경이로운 문명을 꽃피웠다.
쿠스코는 현지말로 「배꼽」 이란 뜻인데 아마도 잉카의 중심지란 의미로 붙여진 이름같다.
리마를 「승리자이자 정복자인 스페인의 도시」 라고 한다면 쿠스코는 「패배자인 잉카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해발 3천5백m에 달하는 고지대에 위치한 쿠스코는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견디기 힘든 당혹감을 준다. 공기가 희박해 현기증이 날 정도이기 때문이다.
한창때의 잉카 시절에는 인구가 20만명이 넘었다는데 지금은 10만명 정도. 역사의 흥망성쇠를 맛보게 하는 도시다.
잉카 문명 중에서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건축술과 의술, 돌과 돌 사이에 시멘트 따위의 접착제를 전혀 사용치 않았는데도 면도날 하나 들어갈 수 없을 만큼 꽉 맞춰진 12각의 돌과 4각의 돌로 이루어진 석벽이라든가, 「잉카의 길」이라고 불리는 10㎝크기의 돌로 꿰맞추어진 길게 뻗은 도로 등이 그 흔적이다.
스페인 사람들이 침략해 잉카의 궁전을 헐고 그 외에 사원을 세웠는데 지진이 일어나 파괴된 후 살펴보니 잉카의 석조토대는 한치의 일그러짐도 없었고 스페인의 사원만 무너졌었다는 얘기도 있다.
의술에 있어서도 두개골에 구멍을 내어 전상자들의 뇌압을 내려 외과수술을 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백인들이 알지 못했던 약초를 사용해 여러가지 치료를 했다한다.
그런 잉카에서도 다스리지 못했던 것은 매독이었다고 하는데 일설에 의하면 안데스의 목동들은 리마를 부인처럼 아끼고 수간하는 습속이 있었는데 일설에 의하면 매독은 여기서 나온 법이라는 것. 아무튼 이 지독한 균은 콜럼버스 일행을 통해 유럽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또한 잉카 문명은 수레바퀴와 문자의 발명을 이루지 못해 많은 사람들을 매우 의아하게 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추를 이용해 각도나 거리를 쟀고 지렛대를 이용해 건축을 했다는 점이다.

<헬기 관광도 좋아>
▲마추피추=쿠스코에서 우루밤바강을 따라 1백㎞정도 아마존 저지대로 들어간 곳에 위치한 잉카의 유적지. 안데스 산맥의 높은 봉우리를 개간, 이룩해 아래쪽에서는 보이지 않고 계곡의 반대쪽은 깍아 지른 절벽. 스페인의 침략을 피해 오지에 건설한 최후의 왕국 바루카밤바의 한 도시로 추측되고 있다.
「잊혀진 도시」로 불리는 도시답게 현대에 잘 풀이되지 않는 신비로움들로 가득하다.
페루에서는 중요한 구경거리중의 하나인데 쿠스코에서 헬리콥터로 공중관광을 해보거나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열차편으로는 약 3시간 거리.
◇푸노=안데스 산맥의 증앙에 자리잡은 해발 3천8백m의 도시로 세계에서 제일 높은 호수로 알려진 티티카카 호수와 접해 있다. 잉카 첫번째 황제인 망코 카파크가 자기 아내와 함께 이 호수에 나타나 태양의 섬으로 들어갔다는 전설이 있다.
푸노 근교에서는 갈대로 이루어진 우르스섬, 사유스타니 유적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쿠스코에서 푸노까지의 여행도 열차가 좋은데 약 12시간의 철길 여행은 해발 2천∼4천m의 고산지대 여행으로 단조롭지만 추억에 남는 여행이 될 수 있다.
▲나즈카=페루에 잉카 문명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듯 나즈카에는 잉카이전의 것으로 판단되는 「지상 그림」이 남아 있어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모래바람이 심한 황량한 곳에 2∼6세기의 것으로 보이는 오래된 선들이 남아있는 것조차 신비롭다.
도마뱀·원숭이·물고기·나무 등 30여개의 동물 그림과 심지어 우주 비행사의 모습까지 수십 내지 수백m의 크기로 그려져 있는데 우주인에 대한 메시지라는 풀이도 있다. 백준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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