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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라마단' 적십자사 등 5곳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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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이 묵은 이라크 바그다드 알라시드 호텔에 대해 이라크 저항세력의 로켓 공격이 터진 지 하루 만인 27일 바그다드에서 5건의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해 적어도 34명이 숨지고 2백24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이라크 임시정부가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1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이라크전 종전선언 이래 이라크 저항세력과 이들과 연계한 테러리스트들이 최대규모의 반격을 감행한 것이다.

테러가 동시다발적이고 27일은 이슬람의 최대 종교축제인 라마단(단식월)이 시작된 첫날이어서 저항세력이 오래 전에 이를 기획했다는 분석이 강하게 대두됐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마크 허틀링 준장은 "이라크 외부의 반미 테러단체가 다섯차례의 자폭테러에 모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다국적 무력단체에 의한 무차별 테러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테러발생 상황=ICRC 바그다드본부와 네곳의 경찰서가 테러를 당했다. 오전 8시30분(현지시간)쯤 폭탄을 실은 것으로 보이는 구급차가 도심 사둔공원 부근 ICRC 사무소에 돌진하다 건물 20m 앞에서 모래를 담아놓은 기름통 바리케이드에 부딪쳐 폭발했다. ICRC 측은 12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폭발로 ICRC 본부 건물의 앞쪽 벽이 부서졌다. ICRC 직원은 "평소에는 1백여명의 직원이 일했지만 이날은 라마단 첫날이라 이 시간에 거의 출근하지 않아 희생이 적었다"고 말했다.

이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시내 카르크.다우라 구역 등의 경찰서가 차량 자폭 테러 공격을 받았다. 이어 하드라.사아브 지역 등의 경찰서에서도 자폭 차량 공격이 발생했다. 사아브 경찰서에서는 자폭 차량이 네발의 총탄을 맞고도 경찰서로 돌진해 폭발했다.

서부 만수르 등에서는 미군이 두 차례에 걸쳐 로켓 공격을 받아 시내는 전쟁터가 됐다. 오전 9시쯤에는 티그리스강 건너 카다미야의 보건부 청사 근처에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26일 오후 10시30분쯤에는 바그다드 부근의 아부 구라이브 교도소에 박격포탄 한발이 떨어져 미군 병사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고 미군 소식통이 밝혔다. 또 바그다드 시내를 순찰 중이던 미군 2명이 폭탄공격으로 사망했다. 이로써 종전 선언 이후 미군 전사자는 모두 1백12명이 됐다.

◇바그다드의 '충격과 공포'=이곳 저곳에서 터진 폭발과 부상자들의 비명으로 바그다드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은 지난 두달 중 바그다드에서 가장 선혈이 낭자했던 피의 날"이라고 묘사했다.

바그다드의 국제적십자사는 1998년 미국이 이라크에 대공습을 가할 때에도 바그다드를 떠나지 않았다. 당시 유엔 직원은 모두 철수했지만 적십자사는 남아 있었다. 전쟁과 테러와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적십자사도 당한 것이다. 나다 두마니 ICRC 대변인은 "누가 왜 국제적십자사를 공격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군은 충격 속에서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마크 허틀링 미군 준장은 "오늘은 위대한 이라크 경찰의 힘을 보여준 날"이라고 말했다.

폭탄 차량들을 건물 앞에서 모두 막아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날 테러는 범죄일 뿐만 아니라 신성을 모독한 것"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날 공격은 라마단의 시작에 맞춰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서울=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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