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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잔학한 소 도살행위(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0일 밤 TV뉴스를 시청한 사람들은 소에 물을 먹이기 위해 소를 잔혹하게 도살하는 장면을 보고 치를 떨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소의 사지를 절단하여 그 고통으로 몸부림치게 함으로써 갈증을 유발시키고,그래서 갈증이 심한 소에 엄청난 양의 물을 먹이는 소름 끼치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우리에게 준 충격과 경악은 우선 그 과정의 잔혹성에 대한 것이다. 그 다음으로 식품처리의 비위생적 과정에 대한 것이다.
그들이 소에 먹인 물이 위생처리가 안된 지하수인데다가 그 불결한 물로 쇠고기의 무게를 마리당 30∼50㎏씩 늘려 소비자에게 팔았다는 사실 또한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적발된 도축업소는 서울시내 정육점업주들과 중간상인들의 주문에 의해 이런 식으로 쇠고기의 무게를 늘린 채 냉동시켜 한달에 2천마리 가량을 서울등지에 팔아왔다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분노와 함게 의혹을 느끼는 것은 이토록 엄청난 물량의 부정도살이 자행되고 있는데도 이를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행정당국은 무엇하고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 식생활에서 물먹인 쇠고기가 등장한지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그동안 이따금 이런 부정도축업자가 적발되긴 했으나 물먹인 쇠고기가 우리 생활에서 사라진 적은 없다. 그것은 조리과정에서 정체가 밝혀지게 마련이기 때문에 주부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결국은 행정당국의 감시가 소홀하고 단속도 발작적인 일과성을 면치 못하게 때문에 이런 부정이 저질러지는 것이다.
소를 도살할 때 물을 먹이는 행위는 축산물 위생처리법의 위반이다. 또 물먹은 쇠고기는 부정식품이며 불합격품이기 때문에 도축장에서 반출되거나 소매 정육점에서 판매할 수도 없도록 이법은 엄연히 규정하고 있다. 행정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물먹인 쇠고기의 유통과정을 거슬러 추적하여 얼마든지 업자들을 적발할 수 있는 것이다.
단속의 소홀은 물론 단속공무원과 업자가 야합해서 부정을 눈감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국민들은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경찰이 부정도축 현장을 덮치면서 TV카메라까지 동원하여 끔찍스런 현장과 범죄혐의자 연행과정의 「활극」까지 국민에게 보여준 것도 평시의 소홀과 태만을 분식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우리 국민은 일반적으로 식품전반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식품원료가 갖는 각종 공해의 오염은 물론 식품제조과정의 위생이나 청결,그리고 유통과정의 보관및 처리등 각 단계에 대한 신뢰가 결여된 상태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잔인한 수법으로 물 먹인 소의 도축 적발은 다시금 전체 식품 제조과정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식품위생에 대한 당국의 엄격한 행정집행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물론 감시능력이나 장비가 태부족인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허가난 도축장의 넓은 마당에서 대낮에 내놓고 수천마리씩 소에 물을 먹이는 따위의 부정과 비위생을 묵인하거나 적당히 얼버무려서는 안된다. 식품위생을 근본적으로 확립할 수 있는 체제와 능력을 갖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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