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국제분쟁의 모든 근원 북한 빈곤 해결이 북핵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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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유누스 총재(中)와 부인 아프로지 여사(右), 딸 디나가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인천공항=변선구 기자

"북한 빈곤 문제는 북한 정권의 정책과 제도가 실패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실험까지 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을 더욱 빈곤하게 하는 것입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서울평화상을 받기 위해 18일 방한한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66) 그라민 은행 총재의 첫 마디는 역시 북한 문제였다.

유누스 총재는 "가난은 테러리즘을 포함한 국제 분쟁의 모든 근원"이라며 "전 세계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북한의 빈곤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선 우리 모두가 큰소리로 비난해야 한다"며 "그렇다고 군사적인 행동을 취해선 절대 안 되며 평화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빈곤은 개인의 게으름과 무능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지도자가 결정을 잘못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향후 북한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당국자와 만나 단계별로 가난을 타파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제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누스 총재는 노벨평화상과 서울평화상을 같은 해에 받게 돼 빈민을 대상으로 한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인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만족해했다. 그는 "방글라데시 전체가 서울평화상 수상 소식에 기뻐하고 있는데 얼마 후 노벨평화상 소식까지 전해져 더욱 기뻤다"며 "서울평화상 소식으로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이유로 노벨평화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1976년 '마을'이라는 뜻의 '그라민' 프로젝트를 시작한 그는 그라민 은행을 설립한 뒤 무담보 소액대출을 통해 지금까지 방글라데시의 빈민 600만 명에게 자립기반을 마련해 줬다. 이 중 58%는 가난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라민 은행은 현재 직원 1만8151명, 2185개 지점을 운영하는 거대은행으로 발전했다. 대출상환율은 연평균 90%를 웃돌고 있으며, 93년 흑자로 돌아선 뒤 외부 자금 지원 없이 대출자들의 저축과 이자만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그는 경제 활동을 원하는 주부들에게 대출을 전폭적으로 해줘 여권 신장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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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발표 당시 경제학 교수 출신의 은행 총재가 노벨 경제학상도 아니고 평화상을 받은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국제사회의 일부 평가에 대해 "나 역시 경제학상을 먼저 받을 줄 알았는데 평화상 선정 위원회가 나의 업적을 먼저 알아준 것 같다"며 "경제학자로서 솔직히 노벨 경제학상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부인 아프로지 여사, 딸 디나와 함께 한국을 처음 방문한 유누스 총재는 "원래 이번 방문에서 가족과 함께 여러 명의 미국 밴더빌트대 동문을 만나고 싶었는데 일정상 힘들게 됐다"며 다소 아쉬워했다.

유누스 총재는 19일 오후 5시 신라호텔에서 제8회 서울평화상을 받을 예정이다. 국내 무담보 소액대출 운영기관인 사회연대은행 김성수 이사장과 노무현 대통령 등을 만난 뒤 21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 그는 다음달 7~8일 전 프랑스 축구대표팀 주장 지네딘 지단(34)을 방글라데시로 초청해 빈민에게 저가로 식품을 공급하는 '그라민 다농 식품회사'의 설립을 협의할 계획이다.

인천공항=강병철 기자<bonger@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유누스 총재 약력

▶국적: 방글라데시

▶출생연도: 1940년

▶주요 경력

-1960년 방글라데시 다카대 학사

-61년 방글라데시 다카대 석사

-69년 미국 밴더빌트대 경제학 박사(풀브라이트 장학생)

-72년 방글라데시 치타공대 경제학과 교수

-76년 그라민 프로젝트 착수

-83년~그라민 은행 공식 출범 및 총재 취임

-93년~'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한 전문가 회의' 회원

▶수상 경력

-84년 필리핀 막사이사이상

-85년 방글라데시 은행상

-93년 CARE 인권상

-96년 유네스코상

-2004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상

-2004년 미국 와튼 경영대학원 '지난 25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25명의 경제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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