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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프로 제작자 육성 아쉽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정부의 방송 구조 개편에 따른 민영 방송 신설과 종합 유선방송 개발로 방송 프로그램 수요가 앞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급 체계는 크게 개선 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앞으로 방송 프로그램의 주 공급원이 되어야 할 독립 프로그램 제작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수가 적어 독립 제작 시스템의 활성화가 크게 요청되고 있다.
현재 방송사에 실질적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는 독립프러덕션은 서울 텔레콤·시네텔 서울·제일영상 등 3사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문화부에 등록 돼 있는 영상 프로그램 제작사는 3백여개에 이르고 있으나 이중 현실적으로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등 방송 프로를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
이들 프러덕션은 대부분 영화 제작업소 또는 영화 하청업자들이거나 CF만을 전문적으로 제작하고 있어 TV와는 별 관계가 없다.
1백여 개가 넘는 광고 대행사들도 프로그램 내용 제약이 많고 대규모 제작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운 TV 방송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대규모 광고 대행사는 제작 능력은 충분히 있으나 지금까지 대부분 방송프로의 타이틀·무대 제작 등 부분적인 것만 제작 참여를 해 오고 있다.
이와 또 다른 유형으로 80년대 초부터 우후 죽순처럼 비디오 제작 회사가 생겨 영상 제작 소프트웨어가 풍부해질 것으로 예상 됐으나 현재는 비디오 수입·배급에만 전념하고 있어 방송에는 거의 관련이 없는 상태다.
86년 의욕적으로 TV 프로그램을 공급하겠다고 자처하면서 설립된 삼화 비디오·삼부 비디오사 등은 최근 3여 년간 아무런 방송 프로도 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이 영상 제작 프러덕션들이 방송 매체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워낙 뿌리 깊고 복합적이어서 쉽사리 개선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방송제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독립 제작사들이 호소하는 어려움들은 ▲전문 인력부족 ▲방송 기자재 대여 부족 ▲프로그램 시장의 독과점 ▲영상 산업 전반의 낙후성 ▲방송사의 소극적 태도 등이다.
특히 독립 제작사의 제작비용은 방송사 자체 제작비보다 1백20%내지 2∼3배 가량 들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외부 제작 활성화는 현실성 없는 구호일 뿐이다.
제작 과정에 있어서 작가·스태프 등의 인건비와 촬영비 등은 방송사와 계약한 비용액수를 20∼30% 초과하기 일쑤고 연기자들도 방송사에서 정해진 등급보다 우대를 해줘야 독립 제작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방송사들도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관심보다 경영 합리화 쪽에 더 중점을 둬 독립 제작사로부터 10여 개의 기획안을 제출 받아 검토한 뒤 시장성을 따져 보고 견본 프로인 파일럿 프로그램의 반응이 좋을 때에만 방송 계약을 체결하는 인색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나마 외부 제작 프로의 주된 창구였던『TV 문학관』(KBS-1TV)과『베스트셀러극장』(MBC-TV)이 지난해 막을 내리면서 드라마 등 고정적인 외부 제작 프로는 숨통이 막힌 상태다.
시간 편성에서도 MBC-TV는 시네텔 서울이 제작하는 토크쇼『노래는 나의 인생』을 새벽 1시20분에, 서울 텔레콤이 공동 참여 형태로 제작하는 다큐멘터리『향토 탐방-길』은 일요일 아침 7시5분에 편성하는 등 외부 제작사 프로를 푸대접하고 있다.
KBS의 경우 고정적인 외부 제작 프로는 자회사인 KBS 방송 제작단의『요리는 즐거워』를 제외하면 전무한 상태며 특집물만 시기에 따라 외부 제작 프로를 방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뒤늦게 나마 독립 제작사 육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종합 유선 방송 추진 위원장이 기도한 강용식 공보처 차관은 지난 달 영상 제작사들의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외부 제작 시스템 활성화를 공언하기도 했다.
공보처는 TV와 유선 TV에만 전문적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하며 기존의 CF제작사나 비디오 배급 업체와는 전혀 성격이 구분되는「방송프로 독립 제작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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