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벌경영 더이상 불용”/문교부 새이사진 승인 거부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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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재단연관인물 불가”… 관선이사 파견 가능성도
재학생 대다수가 유급위기에 빠진 가운데 세종대재단인 대양학원이 이사진 개편문제로 난항을 겪고있다.
대양학원은 주영하이사장(76) 등 이사 4명이 문교부의 교체지시에 따라 사퇴,새 이사를 선출했으나 『세종대와 과거에 연관을 가진 인물』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해 이사결원보충이 장기간 안될 경우 문교부장관 직권으로 관선이사가 파견될 전망도 없지않다.
대양학원은 46년5월 주씨를 이사장,부인 최옥자씨(71)를 부이사장으로 해 설립된 서울여자학원의 후신이다. 이후 이들은 44년동안 다섯차례에 걸쳐 번갈아 총ㆍ학장직과 재단이사장직을 맡아온이래 이번 사태로 타의에 의해 재단을 떠나게 됐다.
이들은 46년9월 서울가정보육사범학교를 세우고 54년 수도여자사대로 교명을 바꾸었고 78년 다시 교명을 세종대로 개명하면서 남녀공학을 실시했다. 72년에는 주씨의 아호를 따 재단명칭을 대양으로 개칭했고 88년 종합대로 승격했다.
주씨는 1912년 함남 서천에서 태어나 연희전문 문과를 졸업했다. 그는 최씨와 결혼한뒤 학교를 세웠으며 그동안 운수사업과 농장경영 등을 통해 모은 재산으로 57년 현재 학교위치인 구황실소유 군자동교지를 매입,충무로2가에서 학교를 이전했다.
최씨는 1918년 강릉에서 태어나 42년에 일본 데이고쿠(제국)여의전을 졸업했고 61년 의학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최씨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67년 여성크리스천클럽 회장직을 지내기도 했으며 80년부터 교내옆 군자교회의 담임목사를 맡고있다.
현재 이들 부부가 갖고있는 법인계열기업은 세종호텔ㆍ춘천 세종호텔ㆍ대양농장ㆍ한국종합산업ㆍ세종투자개발 등 5개이고 세종국ㆍ중ㆍ고교 등 3개의 교육기관도 있다. 이 가운데 학교부분은 맏아들 명건씨(43)가,기업운영은 2남 장건씨가 맡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건씨는 69년 미샌프란시스코대 경제학과를 졸업,70년부터 5년동안 공군사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하다 78년 세종대 경영대학원장으로 취임했으나 88년 학생들로부터 족벌체제의 표본이라는 비난을 받자 대학을 떠나 계열기업의 회장직을 맡고있다. 딸 경란씨는 현재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같이 세종대가 가족체제 운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나 오늘날의 발전이 주씨부부의 노력이라는 사실에는 학생들을 비롯,주변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있다. 세종대사태는 「학교발전에 평생을 바쳤다」는 이들 부부의 수성일념과 이에따른 부작용이 학내 구성원들에 반발심을 불러 일으켜 촉발된 것이라는 풀이가 지배적이다.
한편 새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문교부로부터 거부당한 유승필씨(44ㆍ유유산업대표)는 명건씨의 친구로 하이델베르크대를 졸업,82년부터 88년까지 경영학과 강사를 지냈다. 유씨는 시간강사였는데도 세종대가 87년12월 종합대 승격신청을 하면서 전임강사로 등록,문교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또 이사로 선임된 이충섭씨(60ㆍ삼양기계사장)는 61년부터 63년까지 비서실장,64∼66년 교무과장,67∼72년 세종호텔 지배인상무 등을 지냈고 또다른 이사 장동빈씨는 현재 세종호텔 상무로 주씨의 측근.
대양학원측은 당초 재단이사장에 김용식전외무부장관과 이사에 이동배전수산청장을 내정했으나 이들이 문교부의 재학생대량유급 방침이 알려지자 취임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교부는 대양학원 이사진은 「세종대와 무관한 참신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방침이어서 재단측이 얼마나 빠른 시일내에 이 조건을 충족시킬 인사를 선임할지가 사태해결의 또다른 관건이라 하겠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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