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 몸싸움… “먹구름정국”/군조직법 기습통과… 극한대결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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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차피 합의 곤란”일방 처리 민자/“이젠 격돌 뿐” 양면작전 철회 평민
국회는 12일로 활동이 끝나는 국회상임위 일정을 앞두고 주요 쟁점법안을 강행 통과시키려는 여당측이 국군조직법을 전격 처리하는등 밀어붙이기로 나가자 평민당은 상위마다 저지선을 구축,막바지 격돌의 양상을 보였다.
민자당은 이날 방송장악 음모라는 비판을 받은 방송관계법안의 문제조항을 삭제ㆍ수정,12일의 강행처리에 앞서 명분을 만드는 한편 국군조직법안은 국방위에서 기습처리했고 막판 돌파작전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평민당은 법사ㆍ문공ㆍ국방ㆍ내무위 및 예결특위에서 일면 저지,일면 반대토론에 의한 의사진행 방해 등 화전양면대책을 세웠다가 전면 투쟁으로 가는등 실력저지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여당의 밀어붙이기에 야당의 실력저지라는 극한대결의 과거 구태가 그대로 재현됐다.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던 11일 국회국방위는 회의 시작 7분만에 기습표결,처리함으로써 평민당의 허를 찔렀다.
○허찔린 야당 당황
이날 오전 10시1분 김영선 위원장이 국군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질의를 계속한다고 선포하자 평민당 권노갑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10일 국방위 정회후 소회의실에서 이상훈 국방장관이 정웅의원(평민당)에게 『국회끝나고 보자』운운한 것을 납득할 수 있게 해명할 것 ▲방위병 3명의 열사병 사망경위를 밝힐 것 ▲법사위에서 회송된 법안동의안은 10일 상정된게 아니라 11일 상정된 것으로 명확히 해야할 것등을 주장.
이에 김위원장은 『이장관과 정의원의 소회의실 논쟁문제는 의제외의 일이니 더이상 언급하지 말자』며 『질의할 의원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일순간 별반응이 없자 김위원장은 『그러면 질의ㆍ토론을 생략하고 의결할 것을 선포한다』고 막바로 표결을 선언하고 『찬성하는 의원은 기립해달라』고 요청,이에 여당의원 10명 전원이 냉큼 기립.
또 『반대하는 의원이 없느냐』고 김위원장이 묻자 권노갑ㆍ정웅ㆍ정대철의원 등 3명의 평민당의원은 위원장석으로 몰려나와 『질의있다』고 뒤늦게 외쳤으나 김위원장은 통과를 선언해 평민당의원들은 더이상 손쓸 여지가 없게 되어버렸다.
이날 국방위 회의실에는 평민당의 유인학ㆍ이경재의원 등이 저지조로 나와 있었으나 원체 전격적으로 통과가 이뤄지는 바람에 손도 못쓴채 권의원등과 같이 『날치기다』『원인무효다』만을 연발했는데 평민당 예결위 간사를 겸하고 있는 유준상의원은 이 소동을 구경조차 못했다가 뒤늦게 달려와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만 되풀이.
○거여 힘행사 결론
○…민자당은 이날 아침 김영삼 대표최고위원 주재로 당직자회의와 당무회의를 잇따라 열고 쟁점법안을 일방 처리,거여의 힘을 행사하기로 결론.
10일의 3역회의가 결렬된 것이 「거여가 지배하는 국회의 일그러진 상」을 노출시키려는 평민당의 의도때문이라고 판단,당초 관철시키려했던 쟁점법안 통과를 위한 독자 행동에 나설 것임을 선언.
김용환 정책의장은 『평민당측은 민자당이 다수의석을 가졌지만 아무것도 못하고,무기력한 국회상을 보여주려고만 하고 있다』며 더이상 대야협상이 의미없음을 실토.
국군조직법개정안ㆍ광주보상법 등은 이미 쟁점을 놓고 논의할만큼 했고 보완작업의 수준도 충분하다고 보고 불상사를 최소화하는 선에서의 단독처리 전략을 확인중. 평민당의 주장대로 다음 임시국회로 넘겨봐야 의견차이를 좁혀 합의통과시킬 가능성도 희박하고 현재같은 유사상황만 재발한다는게 당내중론.
폭력사태까지 유발한 문공위의 방송관련법은 소위 「독소조항」으로 지적돼온 조문을 다듬어 고쳐 수정안을 통과시켜 단독처리에 따른 여론의 역풍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을 수립.
지자제법에 대해선 민자당의 약속위반을 내걸며 지자제 관철에 주력하는 김대중 평민당총재의 원내전략을 묽게하기 위해 내무위에서 지자제심의를 본격가동,지자제실시가 안되는 이유가 야측에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작정이나 어차피 자자제는 연내실시가 확실히 「물건너 가느쪽」으로 정해두고 있어 명분싸움용 인상.
이날 회의에선 이런 방침을 재확인 했으나 막상 단독처리를 시도할 경우 평민당의 실력저지를 어떻게 막느냐를 놓고 고심. 특별한 대비책도 없고해서 일단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하라는게 주문인데 여론의 동향을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해 강경처리의 한편으로 협상창구 마련을 선전하는 등 홍보책도 마련.
○실력저지태세 점검
○…평민당은 지자제선거법과 쟁점법안의 분리 심의라는 다소 완화된 입장으로 임했는데도 여야 3역회의가 끝내 결렬되자 한판 격돌이 불가피하다는 격앙된 분위기.
특히 국군조직법이 기습처리되자 여당의 강행 방침에 대한 실력저지태세를 점검하는등 총력전 채비.
조세형 정책위의장은 11일 『10일의 3역회담에서 지자제문제는 단한번도 심도있게 거론된 적이 없다』면서 『따라서 사실상 평민당의 양보로 쉽게 풀릴 수 있었는데도 민자당이 쟁점법안에 대한 협상의 시안을 23일까지로 거듭 못박는 바람에 결렬되고 말았다』며 민자당측에 책임을 전가.
평민당은 일단 10일 저녁과 11일 아침 긴급 의원간담회를 열고 법사ㆍ내무ㆍ국방ㆍ문공ㆍ예결위에만 출석,쟁점법안에 대한 평민당 입장을 밝혀 반대논리의 홍보와 함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로 대응하고 강행통과시 극력 저지한다는 대응책을 세웠으나 국방위에서의 국군조직법안의 일방통과로 초장부터 화전양면전술이 무너져 버렸다.
그러나 당지도부가 김의원의 경우와 같은 돌발사태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주지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실력저지의 방안이 마땅치않아 고심.
이미 국방위 등에서는 마이크와 의사봉 없이도 회의를 진행시키고 있는 마당에 회의진행을 막을 수단이라고는 몸싸움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럴경우 제2,제3의 극한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각오.〈김현일ㆍ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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