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떠돈 10년 '경계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2000년 7월 중국으로 출국한 뒤 몰래 입북한 것으로 확인됐던 탈북 귀순자 김남수(45.일명 남수)씨가 지난 22일 서울에 돌아와 관계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당국자는 26일 "金씨가 다른 탈북자 7명과 함께 중국을 거쳐 입국함에 따라 재탈북 경위와 북한 체류시의 행적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귀순자가 북한에 들어갔다가 남한에 재차 온 것은 2001년 북한에 남겨둔 처를 만난 뒤 귀환한 유태준씨에 이어 두번째다.

특히 金씨는 입북 후 북한당국의 특별관리를 받으며 탈북 방지 강연이나 남한체제 비방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재탈북 성사과정과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함경북도 온성군의 한 우산공장에서 지배인으로 일하던 金씨는 1994년 공장운영 부실 등의 문제로 노동단련대로 끌려가게 되자 중국으로 도망쳤다. 95년 초 홍콩으로 밀입국하다 체포된 金씨는 이민국감호소에 수감돼 있다가 다른 탈북자 3명과 함께 96년 1월 서울에 도착했다. 이후 金씨는 재혼한 부인과 아들을 낳고 99년부터는 식당을 운영하는 등 남한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식당 운영을 남한 정부가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자주 했고,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행동을 나무라는 등 다른 탈북자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북한은 金씨를 내세워 '남조선에 다녀왔는데도 공화국이 관용을 베풀었다'며 탈북자에 대한 자수와 고발을 독려하는 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