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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이기는 간질환 – 지방간, 간경변, 간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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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세포의 지방이 지나치게 축적된 상태 지방간

'간'은 인체의 신진 대사, 그 중에서도 지방 대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간의 구성 성분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보통 3%~5%인데, 의학적으로 간의 무게에서 이 비율이 5%를 넘을 때 지방간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간 세포 속에 지방이 지나치게 축적된 상태를 일컫는데, 심한 경우에는 간의 50%까지 지방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간세포 속의 지방 덩어리가 커지면 핵을 포함한 세포의 중요 구성 성분이 한쪽으로 밀려 간세포의 기능이 저하된다. 또한 세포 내에 축적된 지방으로 인해 팽창된 간세포들이 미세혈관과 임파선을 눌러 간 내의 혈액과 임파액의 순환에 장애를 가져온다. 지방간을 방치하게 되면 간 기능 저하와 함께 간에 산화성 스트레스가 유발되어 간세포 괴사와 염증을 동반한 지방간염으로 악화되고 나아가 간경변증으로까지 진행이 될 수 있다.

흔히들 지방간이라고 하면, 술을 자주 마셔서 생긴 질병이기 때문에 당분간 술을 끊거나 줄이면 자연스레 치유되는 가벼운 질병으로 여기곤 한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방간'도 분명히 관리와 치료가 요구되는 '질병'이다. 특히 술 때문에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 외에 비만, 당뇨, 고지혈증, 혹은 스테로이드나 항경련제 등의 약물로 유발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현대인들에게 쉽게 찾아오곤 한다.

지방간은 대개는 서서히 진행되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갑자기 심한 피로감을 느끼거나 우상복부에 묵직한 불편감을 느끼면 한번쯤 지방간을 의심하고 정확한 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특히 간 질환, 당뇨, 비만, 고지혈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평소 과음이 잦은 사람이라면 더욱 관심을 갖고 체크해 보아야 한다.

지방간은 신체검사나 다른 병으로 진찰을 받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초음파 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간 기능은 정상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간 기능 검사치(AST, ALT)가 약간 상승하는 정도이다.

지방간의 원인은 과음,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약물, 단백결핍 등이며 그 중 비만과 음주로 인한 지방간이 가장 많다.

비만한 사람들은 체내에 지방조직이 많아서 지방산이 혈중으로 많이 유리되고 이것이 간 속에 쉽게 축적된다. 특히 성인 남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복부 비만은 지방간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위험 인자이다. 국제기구 인정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가 25를 넘어가는 사람이라면 성인병 위험군(郡)에 포함되며 지방간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지방간은 '알코올성 지방간'인데, 지속적인 과음이 원인으로 알코올에 의한 간 질환 중 가장 가벼운 것으로 술만 끊어도 정상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애주가라고 말하는 사람의 약 4분의 3이 지방간이라는 통계가 있다. 체내로 흡수된 알코올은 약 80~90%가 간에서 처리되므로 지속적인 과음이 간에 무리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 만성과다 음주자의 대부분 90~100%은 지방간을 갖고 있으나 알코올성 간염은 10~35%에서, 간경변증은 8~20%에서만 발생한다.

실제로 몇 개월 전 대한암협회에서 암환자와 그 가족은 물론 일반인들이 암 전문의에게 하는 질문들 중 가장 위험한 오해들 중에 하나로 ◇ 술이 센 사람은 간이 튼튼해서 약한 사람보다 간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게 나왔다.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로, 술이 간에 미치는 영향은 소주든 맥주든 술의 종류와 무관하며 그 독성은 동일하다. 오히려 마시는 알코올의 양이나 음주기간이 간 독성을 결정하는데 가장 주요한 요인이 되며 하루 40~80g의 술을 10년 동안 마신 사람은 알코올성 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즉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잘 못 마시는 사람에 비해 한번 마실 때의 양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간암에 걸릴 위험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적당한 음주는 혈액순환에 좋다는 핑계도 있지만 알코올 분해 능력이 사람마다 다르고, 성별이나 체중에 따라서도 음주량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자. 실제로 B, C형 간염 환자는 일반인과 달리 알코올이 간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에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또 여성, 그리고 조직학적으로 심한 지방간 환자는 적은 양 혹은 간헐적인 음주로도 병세의 진행이 가능하므로 금주가 필수적이다.

지방간의 치료는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다. 증세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식습관 개선과 운동요법 등을 통해 지방간을 치료할 수 있다. 현재 시판중인 간장약이나 지질 개선제는 보조적인 치료효과 만 있기 때문에 여기에 의존하기보다는 원인에 따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명한 조치이다.

비만으로 인한 지방간 환자라면 총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고 운동을 병행하여 체내에 축적된 지방을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이미 복부비만을 갖고 있는 사람은(대략적으로 남자인 경우 허리 90 cm 이상, 여자인 경우 80 cm 이상) 식이요법, 운동요법을 근간으로 하여 체중과 허리둘레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체중 감량의 속도와 정도에 관하여 정확한 지침은 없으나, 점진적인 체중 감량 즉 6개월에 거쳐 10%의 체중 감량을 권고하고 있다. 체중 감량 시는 담당 의사와 상의하며, 간기능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해 보는 것이 좋다.

지방간은 평소 몸 관리만 잘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질병이다. 매일 체중을 재고 섭취한 음식을 기록하면 자신의 식습관을 알게 되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식사를 거르지 말고 세 끼를 꼭 챙겨 먹고 한 끼 분량을 조금씩 줄인다.

간이 굳어지는 간경변

어떤 원인이든지 만성 간염이 계속되면, 간 세포의 파괴와 재생이 거듭되는데, 이 때 세포를 보충하기 위해 섬유가 늘어나서 간이 굳어져 버리는 상태가 바로 간경변이다.

이것은 피부 화상을 입었을 때, 처음에는 벌겋게 염증이 일어나지만, 나중에는 울퉁불퉁한 상흔을 남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원인에 따라 다르기는 해도 만성 간염을 앓는 환자 중 20-30%는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다.

간경변이 발생한 간을 직접 보면 표면이 매끄럽지 못하고 울퉁불퉁하여 누가 보더라도 일견 알 수 있으며, 단단해서 손으로 만질 수 있다. 일단, 간경변으로 진행하면 정상적인 회복은 불가능하며, 일부 환자들은 복수, 복막염, 간성 혼수 등으로 고생하게 된다. 더 발전하게 되면 위, 식도 정맥류 출혈 및 간암이 발생하여 사망할 수 있으며, 출혈성 소인으로 지혈이 잘 안되기도 한다. 보통 남녀 성인 모두에서 발생될 수 있으나, 남성의 경우 두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

경변 간의 현미경학적 구조 (경변 간의 현미경학적 변화)

1) 간 세포의 수적 감소
간은 약 3000억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상 간기능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최소한 20% 이상이 생존해야 한다. 즉, 염증에 의하여 간세포가 계속 죽어 나가도 20% 이상만 생존하면 특별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간경변 환자가 증상이 없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20% 이하가 되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증상이 나타나면 급격히 나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조기 진단을 받고 적절한 조절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 섬유화 증가
간세포가 죽으면 그 자리를 교원질이라고 부르는 시멘트 같은 물질이 차게 된다. 이를 섬유화라고 하며 간경변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 섬유화에 의해 간이 딱딱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염증에 의하여 간세포가 죽어나가고 섬유화가 진행하는 정도에 따라 간경변의 심한 정도가 결정된다.

3) 재생 결절 발생
섬유화가 증가되는 가운데에서도 생존한 간세포가 계속 증식하여 위기를 탈출하려는 노력이 계속된다. 즉 간세포가 증식하기는 하여도 정상적으로 증식하지 못하고, 섬유화가 일어나 공간에서 증식하기 때문에 결절 모양을 이루게 된다. 이것을 재생 결절이라고 하는데, 생존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주위 혈관을 압박하는 악영향도 미치게 된다. 경변 간의 표면이 울퉁 불퉁한 것은 바로 재생 결절 부위는 튀어 나오고, 섬유화 부분은 움푹 들어가기 때문이다.

간경변이 생기는 주요인은 간세포 파괴, 재생, 반흔 등을 수반하는 간의 염증이다. 특히 장기간 과도한 알코올 복용이나 간염, 유독물질에 노출된 경우 생길 수 있다. 간경변을 발생시키는 위험 인자로는 영양부족, 간염, 과도한 알코올 복용, 간에 유독한 물질에 자주 노출되는 경우가 해당될 수 있다.

간경변의 초기 증상으로는 피로/쇠약, 식욕저하/오심/체중감소, 간 비대 등이 대표적. 후기 증상으로는 소변 색깔이 어두운 노란색 또는 갈색을 띰, 피부 혈관이 중심부로부터 방사상으로 뻗게됨, 머리카락이 빠짐, 남성의 경우 가슴이 커짐, 배와 다리에 체액이 축적됨, 비장 비대, 설사(대변색이 거무스름하거나 피가 섞여 나옴), 출혈 및 푸르스름해짐, 정신 혼돈, 혼수 등을 들 수 있다.

간경변증을 치료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간경변증의 원인을 없애는 것이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의 경우 술을 끊고 적절한 식이요법을 하도록 하며, 바이러스성 간경변증의 경우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면역을 증강시키고 증식을 억제해야 한다.

간경변증이 있는 경우 간이 많이 나빠져 있기는 하지만, 남은 간의 기능을 잘 유지하기만 한다면 불편없이 지낼 수 있으므로 평상시 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경변증이 있는 사람은 병원에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간경변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 정상인보다 간암이 발병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간경변증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없기 때문에 올바른 식이요법과 정기적인 병원 방문을 통해 간 관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사의 갈림길, 간암

우리나라에서 만성 간질환의 가장 많은 원인은 B형(60-70%)과 C형 간염 바이러스(15-20%)이고, 알코올성 간질환도 점차 증가하여 만성 C형 간염과 비슷한 수준이며, 간암은 주로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 발생하므로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다.

만성 간질환에서 간암이 잘 생기는 이유는 오랫동안 간세포가 파괴되고 재생되면서 간세포에 유전적 변이가 생기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이는 간암이 장기간의 만성 간질환을 경과한 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60-80%는 간경변증이 동반되어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다는 점 등에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중에는 드물게 십대나 이십대의 젊은 나이에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드물지만 간 조직이 정상인 경우도 있으며, 만성 간질환 환자의 간세포 유전자에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끼어들어가 있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고 있어 B형 간염 바이러스 자체가 직접 간암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간은 침묵의 장기이다. 모든 간질환이 그렇듯이 간암도 증상이 거의 없다. 간은 표면에만 신경이 있기 때문에 크기가 아주 큰 간암이라면 간표면을 압박하여 간부위에 불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이러한 간암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간암은 증상이 있어서 발견되기 보다는, 만성 간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규칙적인 검사를 해서 발견하거나, 아니면 신체검사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나타난 후에 발견되는 간암은 많이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우상복부 동통, 복부 팽만, 체중 감소, 식욕 부진, 피로 등이다. 진행된 간암 환자의 배를 만져보면 오른쪽 갈비뼈 밑에 간이 크고 딱딱하고 우둘두둘하게 만져지는 경우가 많다. 간암은 대부분 혈관이 풍부하므로 간혹 간 표면에 돌출해 있는 간암이 파열되어 대량 출혈이 일어나 배가 갑자기 심하게 불러오면서 쇼크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비교적 잘 지내던 간경변증 환자가 갑자기 황달이 심해지거나 복수가 많이 차면 간암을 의심해야 한다.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 환자는 3-6개월 간격으로 규칙적인 검사를 하는데, 검사를 하는 목적은 간질환의 악화, 합병증의 발생, 간암의 조기 발견 등을 위해서다. 검사종류는 ① 지오티(GOT, AST), 지피티(GPT, ALT) 등의 간기능 검사 ② 알파 태아단백(AFP), 피브카 투 등의 간암표지자 검사 ③ 초음파검사 등이다. 검진의 대상환자는 B형 또는 C형 만성 간염 환자와, 여러 가지 원인의 간경변증 환자이고 남성은 30세 이상, 여성은 40세 이상에서 일반적으로 6개월에 한번의 검사를 권유하고 있다. 이 경우 간암표지자 검사는 일반적으로 알파 태아단백을 이용하고 있다.

알파 태아단백의 수치가 오르거나, 초음파검사에서 혹이 보여 간암이 의심되면 C-T나 MRI 검사로 최종 확인한다. 간 혈관촬영까지 시행해서 진단하는 경우도 있고, 간혹 확실치 않은 종괴의 확진을 위해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간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으므로 규칙적인 검사를 통해 발견해야 하고, 완치나 생명 연장을 기대하려면 조기 발견해야 한다.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방법은 ① 수술이 가능하면 수술을 시행하고, ② 약 3cm 까지는 고주파 열치료(RFA)나 알코올주입 등의 국소적 치료를 시도할 수 있고, ③ 간동맥 화학색전술(TACE)과 ④ 간이식도 시행할 수 있다. 각각의 치료방법은 간암의 크기, 개수, 형태, 진행상태 및 위치, 환자의 전신상태, 간경변증의 상태 및 초음파검사로 접근이 가능한지 여부 등에 따라서 결정된다.

간혹 조기에 간암을 발견하였는데도, 형태에 따라 잘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즉 경계가 명확치 않고 주위로 퍼지는 형태의 간암은 치료가 쉽지 않다. 간암은 치료 후에 재발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전문적인 기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재발한 후에 실망하여,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용은 턱없이 많이 들고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암이 생길 위험이 높은 집단에 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 간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B형 간염의 예방을 위해 간염 항체가 없는 사람은 B형 간염 백신을 맞아야 하며, 특히 어머니가 B형 간염인 경우는 신생아에 대한 예방접종이 필수다. C형 간염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다. 만성 간질환이 있는 경우는 지나친 음주를 삼가고 흡연을 하지 않으며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균형 있는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암은 조기 발견해야 완치할 수 있다. B형 또는 C형의 만성 간질환 또는 간경변이 있는 환자는 적어도 6개월에 한번 정도의 규칙적인 검사를 해서 간암을 조기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간암을 조기 발견하여 완치를 시킨다고 하여도 근본적으로 간경변증이 있는 경우는 간의 다른 부위에 간암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간암의 치료후에도 지속적으로 검사가 필요하고, 다시 간암이 발견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도움말 : 고대 구로병원 연종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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