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되살아난 마약·아편 악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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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 전역에 마약과 아편이 만연돼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더욱이 마약중독자들이 같은 주사기를 돌려쓰는 바람에 AIDS(후천성면역결핍증)감염률이 높아져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에서 마약과 아편이 가장 성행하고있는 곳은 미얀마(구 버마)와 접경한 운남성.
헤로인의 세계적인 산지로 악명 높은 미얀마·태국·라오스 등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황금의 삼각지대)과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운남성의 성도인 곤명은 마약 밀매자들의 소굴이자 중독자들의「집합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헤로인이 석인 담배가 켄트나 말보로 등 미국담뱃갑에 포장돼 갑 당 3달러, 비싸게는 20달러(1만4천원)씩이나 하는데도 물건이 없어 못 팔 지경이다.
거리 곳곳에서는 초점 잃은 눈동자를 한 수십 명의 청소년들이 쏘다니며 훔친 손목시계와 라이터를 파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헤로인 섞인 담배를 사서 피우기 위해서다.
중국당국은 올 들어 마약중독자수가 급증하고 이에 따른 마약밀매가 크게 성행하자 이를 매춘·살인·강도·유괴 등과 더불어「사회 6대 악」으로 규정, 적발되면 예외 없이 공개 처형하고 있다.
이런 삼엄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마약은 남으로부터 북에 이르기까지 마치 산불처럼 번지고있다.
과거 청조 때 영국과 아편전쟁을 치르기도 한 중국이지만 공산당 집권이후 자취를 감추었던 마약·아편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80년대 들어 덩샤오핑(등소평)이 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
개방정책에 따라 국경무역이 활발해지면서 남으로는 골든 트라이앵글, 서북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이란으로 연결되는 골든 크레슨트(황금의 초승달지역)로부터 헤로인이 물밀듯 들어오고 있다. 예전의 실크로드(비단길)가 요즘 들어서는「아편 길」로 바뀐 양상이다.
특히 미얀마와 중국 운남성간은 워낙 교역량이 많아 마약밀수를 거의 적발해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단속반이 속수무책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당국은 국제적 조직을 갖춘 마약 밀매단을 몇 건 적발, 물건압수와 함께 이들 밀매조직을 일망 타진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중국당국이 마약과 관련, 우려하고있는 또 한가지 문제는 AIDS의 만연.
지난해말 보건당국이 1천명의 마약중독자를 대상으로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1백46명이 AIDS바이러스인 HIV 양성반응을 보여 비상이 걸려있다
보건당국은 이 검사의 대상자가 모두 마약 중독자들이어서『실제로 얼마만큼 많은AIDS 감염자들이 중국에 퍼져 있는지 알길 조차 없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보건당국자는 더 이상의 AIDS전염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같은 주사기를 돌려쓰지 말라』는 것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음을 실토하고 있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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