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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멸의 평행선(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이놈들아,부모가 학교에 찾아오면 정중히 맞을 일이지,막기는 왜 막아.』
『이번 모임은 재단측의 사주를 받은 자들의 농간이니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3일 오전11시30분 세종대 강당입구.
수업정상화를 위한 「학부모회의장」으로 들어서려던 윤모씨(55)는 학생들의 저지를 받자 불같이 화를 내며 나무 바리케이드를 내동댕이쳤다.
전원유급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이제 겨우 7일 남겨둔 세종대.
학생과 재단 사이에서 어쩔줄 모르는 학부모 4백여명이 강당에 모였다.
『우리딸은 내년에 졸업 못하면 시집도 못가게 생겼습니다.』
『아들녀석이 방구석에 처박혀 빈둥거리고 있으니 미칠 지경입니다.』
연단 마이크를 잡은 학부모들은 쌓였던 울분을 터뜨렸다.
『여러분,우리 자식들이 강의실로 돌아가도록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표 정보헌씨(52)의 절박한 호소에 우레같은 박수소리.
곧이어 학생과 재단 모두를 성토하는 고함ㆍ욕설이 강당을 뒤덮었다.
『무조건 학생들은 수업을 받아야 합니다.』
「선수업 후협상」 원칙쪽으로 분위기가 기운 순간,앞줄의 한 어머니가 연단으로 달려나왔다.
『학생만 나무라지 말아요. 재단비리부터 뜯어고쳐야 해요.』
『누구야! 쫓아내 쫓아내­.』
학부모들간에 삿대질ㆍ고함이 오가며 학부모회의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뾰족한 대책없이 한시간만에 끝나버렸다.
유급은 절대로 없으리라고 믿는 때문인지 누구의 목소리도 귀담아 듣지않는 총학생회.
골치덩이 학내문제를 학교에만 내맡기고 「학부모회의장」조차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재단.
양측 모두 자기들의 고집만을 내세운채 자멸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듯 싶어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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