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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대선모금 윤곽] 기획 收金 … "다 합치면 수백억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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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의 SK 비자금 1백억원 수수는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을까. 대선 당시 한나라당 고위 당직을 지낸 한 의원은 "한나라당의 모금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SK 이외에도 다른 기업에서 거액을 받았을 것이란 상상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수백억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해 본다.

◆자금 모금 회의=대선이 종반으로 치닫던 지난해 10월 초. 한나라당 선대위 재정위원회와 중앙당 후원회는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열었다. 이 자리는 명목상 같은 달 29일로 예정된 중앙당 후원회의 후원금 모금을 독려키 위한 자리였다. 선대위 재정위원장이던 崔의원을 포함, 김영일 사무총장과 나오연 후원회장을 비롯해 당 중진들이 참석했다.

여기에서 의원별로 담당 기업이 정해졌다. 1백개 기업을 쪼개 그룹별로 나눠졌다. 각자 연고가 있는 기업들을 맡았다. 액수가 정해진 건 아니지만 당시 할당된 기업은 후원회가 열린 이후에도 계속해 자금 지원 요청 대상이 됐다.

한 참석자는 "崔의원은 선거자금을 책임진 선대위 재정위원장으로서 다른 사람보다 많은 기업을 맡았다"며 "이때 SK가 崔의원에게 배당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저조한 후원회 모금액=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중앙당 후원회에선 1백10여억원이 모금됐다. 한나라당이 야당이 된 이후 60억~70억원선을 맴돌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당시 선대위 관계자는 "이중 70여억원은 각 시.도지부에서 모금한 당비로 중앙당에서 해당 지역에 돌려주는 조건으로 모금했던 것"이라며 "결국 중앙당 선대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거자금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崔의원, 추가 자금 요구=대선이 본격화되던 지난해 11월 초. 한나라당은 '돈가뭄'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무렵은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되던 때였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단계이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선거자금이 절실했다.

당시 선대위에서 선거자금을 책임졌던 한 관계자는 "각 직능단체를 담당했던 당 직능위원회와 시.도지부에서 '실탄'을 보내달라고 아우성이었다"고 회상한다. 선거자금 조달을 책임진 崔의원은 이때 SK 측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 같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1백억원 전달=崔의원과 SK 측은 돈을 현금화해 여러 차례에 걸쳐 전달키로 합의했다. 장소는 崔의원의 서울 이촌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결정됐다. SK 측은 11월 12일부터 26일까지 인적이 드문 지하주차장에서 20억원씩의 현금 다발을 崔의원에게 전달했다.

이때 한나라당 재정국 직원이 대기했다 바로 차량에 돈을 실어 당으로 운반했다고 한다. 崔의원은 이 과정을 직접 지켜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SK 측은 "崔의원이 나와야 돈을 줄 수 있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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