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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의 새 경제블록 가능성|한·소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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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소정상회담의 개최사실이 발표된 가운데 한소경제협력이 매우 활발하게 진전될 것이라는 소련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와 주목을 끌고있다. 소련과학아카데미산하 세계사회주의경제연구소 아시아담당국의 마리나 트리구벵코국장과 게오르기 톨로라야 소련상공회의소 간부는 홍콩에서 발행되는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 최근호에 소련의 대한반도경제교류현황을 소개하면서 한국이 대소경제진출을 적극화할 경우 극동지역은 새로운 주요 경제권역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에 실린 기고문 요지. 【편집자주】
소련의 대한반도정책은 80년대말 고르바초프의「신사고」를 계기로 획기적인 전환을했다. 이 신사고는 남한의 존재자체를 전면부정하는등 종전의 폐쇄적인 소련의 대아시아정책으로 미루어볼때 획기적인 일이라 할수있다.
당시 소련은 자체적인 경제개혁정책과 경제위기의 심화로 인해 대사회주의국가 접근방식에 변화를 가하지 않을수 없었다.
소련의 대북한 경제원조는 소련의 저개발사회주의국가에 대한 경제원조 총액의 5%정도로 비교적 소규모였다.
북한은 몽고나 베트남의 대소련 부채의 10분의1,쿠바의 15분의1정도의 부채를 안고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외채규모는 연간 수출액의 3.5배선인 50억달러에 달할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들어 북한에서는 소련이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효율성 개선을 위한 여러가지방안이 도입됐다. 원자재부족으로 폐쇄됐던 경공업공장들이 대소보세수출방식으로 소비재생산을 재개했다. 이러한형태의 수출은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섬유제품의 경우지난해 수출액은 2억루블(3억2천6백만달러) 로 북한의전체 대소수출량의 25%를 차지했다.
이러한 소비재가 소련에서는 아주 부족하기 때문에 북한제품으로 그 부족분을 메우고있다.
그러나 소련기업들이 북한의 공장현대화를 목적으로 서방의 기계를 구입, 지원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이 오래 지속될것 같지는 않다.
때문에 이를 보완키 위해소·북한간의 경제교역에 합작사업이 새로이 등장하기 시작했다.주로 소규모로 이뤄지는 이 합작기업은 소련의 극동지역과 유럽지역 등에 현지합작기업 형태로 설립됐다.
고르키 합작기업은 선반절단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노보시비르스크·하바로프스크 및 블라디보스토크 등지에 새로운 기계공구 생산공장이 설립될 예정이다. 북한내에서도 소련의 계획하에 소련의 기술과 부품을 제공받아 선박을 건조하고 있으며 원산에서는 소련이 항상 필요로하는 철도차량도 생산되고 있다.
미국이 한국·홍콩등과 합작기업을 계획하고 있는 소련 나홋카에서도 소련과 북한의 합작기업설립이 적극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소련의 대북한 경제관계와는 달리 소련에 한국경제가 진출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련과 한국은 이미 7O년대부터 상호 상대국에 대한 강한 경제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페레스트로이카 이전에는 이같은 상호관심과 이해가 간접적 방식으로 충족될 수밖에 없었으나 양국간 교역규모는 지난87년의 경우 2억달러로 급신장세를 보였다.
양국간 교역의 분수령을 이룬것은 지난88년 고르바초프가 행한 크라스노야르스크연설과 소련의 서울올림픽참가결정이다. 소련의 올림픽참가를 계기로 양국간 직교역의 길이 열렸고 마침내 89년에는상대국의 수도에 상주무역사무소를 설치하게 됐다.
이는 한국과 소련정부사이에 이루어진 첫 공식접촉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한소 양국간 관계개선은 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한국붐」 을형성하고 「컨섬엑스포-90등」과같은 각종 전시회및 박람회를 개최, 소련에 처음으로 한국상품이 공식적으로 선보이게됨에 따라 한층 가속화됐다.
89년1월부터 10개월간 양국간 교역량은 56%가 증가했고 (소련3억3천1백만달러수출, 한국 1억1백만달러수출) 89년 전체교역량도 6억달러규모로 성장했다.
합작사업도 대동하기 시작, 진도모피는 소련에 현지 모피매장을 개설했으며 현대도·현지에 목재·석탄 처리공장을 설립할 계획하에 협상을 진행중에 있다.
한국의 원양어선들은 버젓이 소련의 경제수역내에서 어로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양국선박은 빈번히 상대국의 항구를 방문하고 있다. 또 정기항해선이 현재 검토중에 있으며 항공운항협정도 지난2월 체결, 양국의 국적기가 서울과 모스크바를 운항하는 등 급속하게 가까워지고 있다.
물론 소련겅제협력의 기반은 아직도 약한 편이다.
한소 양국은 과거 일소관계와 같이 서로 경제적 손실만을 입은채 교착상태에 빠질가능성도 결코 배제할수없다.
한국이 소련의 북한에 대한 「특수한」 관계를 무시한채 경제적인 접촉을 정치적인 외교수립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너무 황급하게 노골적으로 접근하려 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한소 양국관계를 더욱 넒히기 위해선 실제 경제협력에 대한 법적기반을 만드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경제인들은 이미 소련에 진출, 관료주의와 질적수준이 낮은 노동력, 비태환성 루블화등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던 서구경제인들에 비해 신참자에 불과하다.
한국인들은 또 소련이 식품가공업·가전산업·경공업분야의 기술·기계에 깊은 관심을 쏟고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한국기업들의 상당수가 소련의 기업행태및 업계현황에 대한 지식과 경험부족으로 양국 기업들간의 합작투자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소간의 경협은 교역확대보다는 기술제휴쪽에 보다주력될 전망이며 소련의 극동지역이 대한개방의 주대상지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이 참여할수 있는 부문은 소규모 개발계획인 광산·산림. 해상자원개발 등은 물론 한소합작기업단지조성을 위한 공단건설 등에까지 이를수었을것이다.
소련은 또 섬유·전자·신발류·가전제품 및 생필품류 등의 생산을 위한 대규모 공장건설에 있어 한국의 자본및 기술유치를 강력히 희망할 것으로 관측되고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소련당국이 외국과의 교역및 경협, 사기업 등에 대한 규제를 엄격히 하고있기 때문에 한소간의경제협력추진속도는 예상보다 다소 둔화될 수도 있다.
다만 소련이 극동지역을 주축으로 한국과 계속 경제협력을 증진시켜 나갈 경우 이지역은 앞으로 새로운 주요경제권역으로 부각될것이 확실시되고 있다.【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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