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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전문가들이 본 「평양의 핵기술」(오늘의 북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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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한 핵무기 개발 “반신반의”/“노출우려 국제 현지조사 거부” 긍정론/“플루토늄 생산시설 아직 없다” 부정론
북한이 과연 핵을 개발할 능력이 있는가. 미소간의 핵무기감축 협상이 급진전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핵개발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특히 북한이 84년 핵핵산금지조약에는 가입했으면서도 국제원자력기구의 「현장감시」만은 계속 거부하고 있어 개발여부에 대한 의혹을 더욱 짙게하고 있다. 최근의 각종 자료는 북한이 핵 처리시설을 건설중이거나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어 더욱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북한이 과연 핵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그리고 실제로 그 현황은 어떤지 추적해 본다.<편집자주>
북한의 핵 개발능력 여부에 대해 세계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것은 80년대초부터다.
당시 미국의 군사위성은 북한이 기존의 연구용 원자로외에 4∼5기의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다는 첩보를 포착했었다.
다만 이때는 북의 기술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었고 소련의 기술통제도 있어 그리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89년 7월 미국등 일부 나라에서 『북한은 핵재처리시설을 비롯,핵뇌관 시험장치까지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이무렵 내한했던 미정부고위관리는 우리 정부에 ▲북한이 핵물질 생산용원자로및 핵뇌관 폭발시험장등을 갖춰 핵무기제조 전단계에 들어섰고 ▲95년까지는 원폭제조능력을 갖출 것이며 ▲영변에서는 지난 3월 50만∼2백만kw급 원자로 건설공사가 시작됐고 ▲인근에는 핵뇌관 시험장으로 보이는 고도폭발물시험장이 발견됐다는 점등을 알려주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의 핵시설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것은 최근들어 북의 독자 핵개발 기술이 높아져 핵무기를 제조할 능력이 있다는 유력한 관측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또 다른 큰 이유는 북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현장감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월27일 중앙통신을 통해 『평양 북쪽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고 『그러나 이를 핵개발 의도로 의심하는 것은 일본과 서유럽국가의 언론이 터뜨린 날조된 소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의 이같은 반발에도 불구,▲북한지도부는 핵무기 개발의사가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독자적인 핵연료재처리기술 능력도 있고 ▲이 때문에 북한은 IAEA의 현장감시를 거부한다는 의심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험용·발전용에 관계없이 원자로만 있으면 원폭의 원료인 플루토늄제조 가능성이 있으며 재처리기술이 있는 것만 확인되면 의심없이 핵무기 제조능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정기형교수(52·원자력공학)는 『원자로에서 쓰고 남은 핵연료 1t은 1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고 이는 소형원자탄 두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라고 말하고 『북한의 재처리기술 여부가 명확지는 않으나 북의 화학공학실력이 국제적으로 평가받는 점으로 미루어 화학적 재처리의 기술적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북한은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핵무기 생산의 기술수준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견해다.
정교수는 『원폭제조기술은 어려운 것이 아니며 국가의 의지가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해 북의 지도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북한이 원폭을 제조할 때 받게될 국제적 압력을 버틸만하기만 하면 원폭은 제조된다는 것이다. 북한지도자는 이같은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 서방및 한국측의 시각이다.
북한이 가장 의심을 받는 것은 역시 IAEA의 「현장감시」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이 핵무기 자체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미 상원군사위 청문회에서 월포위츠 국방차관은 『북한의 핵무기개발이 임박한 것은 아니며 개발에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말해 미국 스스로가 북한의 현수준이 핵무기개발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케네스 부소장도 지난 4월 『북의 핵보유를 중소가 방치하지 않을 것이며 북이 핵재처리기술을 갖고 있다는 증거도 없다』고 말해 역시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까지는 북한이 핵연료재처리시설을 갖추고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육종철교수(64·한대원자력공학)도 『현재 북한의 원자력 연구자가 1천5백명선에 이르는 점등으로 미루어 재처리기술이 있다고 추측할 수는 있으나 국제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해 역시 불확실하다는 것을 표시했다.
과기처관계자도 같은 입장이며 프랑스 스폿 위성의 촬영도 재처리 능력을 확실히 입증하지는 못했다.
IAEA 현장감시거부도 북의 핵무기 제조와 직접 연결시키기에 난점이 없지 않다.
NPT(핵 확산금지조약) 가입국 가운데 베트남등 미체결국가가 37개국이나 되지만 이들 국가가 핵무기개발을 추진중이라는 의혹은 받지 않고 있다.
소련의 고위외교당국자가 『북한이 오는 6월 현장감시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돼 핵 안전협정미체결만을 놓고 핵무기 개발로 직결시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밖에도 원자력기술의 대소 의존,90년초 소련의 대규모 원자력발전소지원등도 북한이 핵무기제조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게하는 요소다.
북한이 핵무기를 확보하거나 적어도 제조 전단계에 들어선다면 동북아의 균형은 근본적으로 파괴된다.
때문에 한국은 물론 미일이 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직 북한이 핵개발을 할 수 있다거나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증거」가 명백하게 확보되지 않아 이 문제는 계속 추적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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