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환기작 『영원한 계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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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유화 『영원한 계절』(162×129cm)은 김환기가 파리에 머물고 있었던 57년에 그린 작품이다.
약 3년간의 파리 체재 때 제작된 김환기의 일련의 작품들은 50년대 전반 서울시대의 연장으로 환경의 변화가 그의 작품에 어떤 변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김환기의 중심적 모티브라고 할 수 있는 항아리·산·새·달·사슴·매화·구름 같은 내용들이 고스란히 등장하며 그것들이 일정하게 구획된 평면 속에 배열됐다.
이 모티브들은 간략한 선과 형태로 양식화되고있으며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둥글둥글한 포름들과 창틀과 같은 분할의 선들이 구성의 밀도와 장식적 틀을 높이고 있다.
반드시 십장생이란 내용을 의식한 것은 아니지만 화면에 등장한 대상과 명제가 자연의 영원성을 노래하고 있음을 엿보게 된다.
찬란하면서도 오롯하게 명멸되는 이미지들은 자연을 통한 구원의 귀의감을 염원하는 인간의 애틋한 정서로 한없이 깊은 청색의 기조와 더불어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다.
오광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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