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박 아저씨와 함께 음반 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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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북 진안군 용담댐 아래 자리 잡은 송풍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6명에 불과한 미니 학교다. 그러나 이 학교 어린이 12명으로 구성된 '소리 사랑' 중창단(사진)은 진안군 전체의 자랑거리다.

지난해 무주 반딧불이 동요제와 KBS의 '열려라, 동요세상' 등에서 잇따라 인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는 전북 어린이 음악제에서 은상을, 경기도 군포에서 열린 전국수리 동요대회서 내로라하는 대도시 학교들과 겨뤄 4위를 차지했다.

특히 최근에는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31)이 낸 '춤추고 노래하는 바이올리니스트'라는 CD에 대도시 학교를 제치고 이 학교의 중창단의 노래가 들어가 화제가 됐다.

서울지역 학교 합창단으로부터 "음반 작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신청이 줄을 이었지만, 유진 박은 "산골 학교 어린이들의 해맑은 모습과 고운 노래에 반했다"며 송풍초등학교 어린이들을 파트너로 택했다. 또 '무지개 바람'이라는 곡을 특별 작곡해 선사했다.

이 산골 학교에 중창단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해 5월.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용담중학교에 성악을 전공한 박영근 교사가 전입하면서다.

"벽지학교의 아이들이라 그런지 늘 주눅 들고 힘이 없어 보였어요.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꿈을 심어주고 싶었죠."

박 교사는 송풍초등학교의 윤일호 교사와 손잡고 4~6학년생으로 중창단을 조직했다.

연습은 등교 직후와 점심시간에 짬을 내 거의 매일 한 시간씩 했다. 음정.박자가 제멋대로이던 학생들은 연습이 거듭되면서 호흡을 맞추고 재미를 붙였다. 무표정하던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고 생기가 돌면서 수업시간 발표가 눈에 띄게 늘었다.

유진 박과는 낙도.벽지의 분교 등을 찾아가 콘서트를 여는 '사랑의 문화 봉사단'을 통해 친분을 맺게 되었다.

6학년 신승한(12)군은 "노래를 하면서 매사가 즐겁고 학교 성적도 올라갔다"며 "이제는 뭐든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 유진 박=클래식과 팝.재즈.록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바이올리니스트. 미국 뉴욕에서 출생해 8세에 줄리아드 예비음악학교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 10세 때 웨인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13세 때 링컨센터 무대에 데뷔했다. 줄리아드 음대 재학시절 줄리아드스쿨 콩쿠르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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