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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이후 레퍼터리 자율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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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소련극단으로는 처음 내한한 「국립아카데미 말리극장」단원 일행이 16일 최종 리허설에 앞서 공연장인 호암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처음으로 내한 공연하게 된 소감은.
『한소 관계가 우리극단의 내한공연이 가능하기까지에 이른 사실에 대해 한국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싶다. 더불어 우리의 이번 공연이 한소관계 개선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말리극장은 「말리」(작다는 뜻)라는 이름과 달리 오랜 전통의 큰 극장이라는데, 간략히 소개해달라.
『소련에서 가장 큰 극장은 알다시피 「볼쇼이」(크다는 뜻)다. 말리는 1백여년 전 볼쇼이로부터 독립해 나오면서 「볼쇼이」보다 작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은 볼쇼이보다 조금 작은 규모로 건축양식과 내부구조가 볼쇼이와 거의 비슷하다. 1천석 규모의 대극장 2개와 1백20석 규모의 소극장 1개가 있으며 단원은 1백30여명이다. 세계최대의 연극전문극장인 셈이다. 』
-이번 공연의 연출이 이미 숨진 연출가 이리인스키로 되어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것은 첫째 이리인스키가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가장 잘 연출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소극장들과 달리 말리극장은 한번 시작한 공연을 10여년씩 계속하기 때문이다.』
-말리극장은 연극배우들의 극장이라고 들었다. 최고의 극단인 만큼 말리단원이 되는 과정도 엄격하리라고 보는데 선발과정은 어떻고, 이에 따른 사회적 대우는 어느 정도인가.
『말리단원이 되기 위해서는 연극대학을 졸업해야한다. 수천명의 지망생 중 20명 정도만 대학에 입학할 수 있으며, 4년 간의 연기수업을 마친 졸업생 중 1∼2명 정도가 단원으로 선발된다. 그리고 소련사람들은 연극을 매우 좋아하며 연극배우를 부러워한다. 그렇다고 배우들의 경제적 여건이 남들보다 뛰어난 것은 아니다. 』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연극계에도 변화가 많으리라고 보는데.
『혁명이랄 수 있는 대변혁의 영향이 연극에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큰 변화는 레퍼터리 선정의 자율화다. 과거에는 문화정책당국의 영향과 간섭으로 작품자체가 상당히 이데올로기 지향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배우들끼리 모여 작품의 질에 따라 레퍼터리를 자유롭게 선정하고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의 연극애호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예술이란 모든 사람의 가슴을 열고 서로 마음의 교류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선에 대한 의지, 미와 평화에 대한 열망을 열린 가슴으로 표현하겠다. 그리고 한국의 관객들이 우리와 같은 체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겠다.』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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