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도권 공장증설 문제 많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와 농촌지역에 중소기업 공장의 신·증설을 거의 무제한 허용키로 한 정부의 결정은 기업들의 공장부지난을 완화하여 투지를 활성화한다는 특정 경제적 목적만을 놓고 볼 때는 충분히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그동안 정부의 각종 제한조치로 중소기업들이 공장 신·증설에 어려움을 겪어왔고 수많은 무허가공장들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아왔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이번 결정은 수도권 인구집중방지,국토의 균형적 발전,환경의 보전,부동산투기의 억제라는 정부의 기본정책을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재검토가 있어야 하고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이번 결정이 모처럼 진정되기 시작한 부동산투기를 다시 자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번에 제한이 풀린 개발유보권역이나 자연보전권역·산림보전지역은 상대적으로 싼 땅값으로 해서 기왕에도 투기꾼들이 눈독을 들여온 지역들이다. 이런 지역에 특정목적에 한한다고 하지만 일단 규제의 일각이 무너지고 보면 경우에 따라선 전체지역으로 투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과연 정부가 토지거래허가지역 지정이나 개발부담금의 부과만으로 그것을 막을 수 있을는지 극히 의심스럽다.
또 이번 결정은 수도권지역의 인구집중을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 이번 결정은 전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역시 핵심은 수도권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 공장의 신·증설이 허용되고,또 도시내에 아파트형공장시설까지 가능하고 보면 인구집중은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정부는 경제난의 타개를 위해 수도권 인구집중방지책은 아예 포기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환경보전에도 이번 결정은 심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 틀림없다. 현재의 자연보호권역은 거의 상수원지역인데도 정부는 이번에 이들 지역에도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했다. 첨단산업 공장만을 허용한다고 하지만 어떠한 공장이라도 오염원이 안될 수는 없는 것이며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에 철저한 오염방지시설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경제문제를 위해 환경보전문제를 포기한 것이라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정책을 결정하면서 환경처의 참석을 배제한 데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산림보전지역에 대한 제한완화도 그렇지 않아도 이런저런 이유로 야금야금 잠식되고 있는 그린벨트문제와 함께 국토의 녹지를 크게 훼손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경제난국의 타개도 현재의 중요한 국가적 현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역시 모든 새로운 정책은 기존 모든 정책과의 종합성과 연관성 속에서 장기적 목표아래 수립되어야 한다. 어떤 특정목적만을 위한 단기적 정책은 다른 부문에 주름살을 가게 하고 큰 부작용을 낳음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손실마저 가져온다는 것은 상식이다.
우리는 기존의 국가 주요시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이 공개적 토론과정도 거침이 없이 몇몇 관계부처 실무자들만이 모여 결정된 데 대해 아연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앞으로 충분한 공개논의를 거쳐 보완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