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논란 잠재우기 고육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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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시가 25일 은평뉴타운의 고분양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분양 원가 검증과 공공아파트의 후분양제 카드를 내놓았다.

분양 원가 검증은 우선 민간 건설업체의 분양가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자치단체가 민간택지 내 분양가를 직접 규제할 수는 없으나 분양승인 과정에서 원가를 따질 것이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민간업체들은 그동안 특히 인기 지역에서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원가보다 훨씬 비싸게 책정해 왔다"며 "서울시가 나서서 원가를 공개하면 분양가를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평뉴타운의 분양가가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서울시도 분양가를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존 분양가가 적정하게 책정됐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 오히려 분양이 1년가량 늦춰짐에 따라 입주자들은 금융비용 부담을 안게 됐다. 최창식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내년 9월께로 분양을 1년 늦출 경우 평당 15만원의 금융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서울시가 고분양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대책을 내놓았으나 불씨가 남아 있어 분양할 때 다시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은평뉴타운 분양가로 인해 한 번 올라간 부동산 시세는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은평구 K공인 박모 사장은 "내년에 분양가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분양가 수준을 좇아 오른 집값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후분양제는 상당부분 공사가 진행된 아파트를 보고 소비자가 선택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중심의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도 그동안 후분양제를 지지해 왔다. 그러나 후분양제로 할 경우 재개발 사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토지수용부터 아파트 건설까지 서울시가 도맡아 하는 은평뉴타운과 달리 다른 뉴타운은 서울시가 도로.수도 등 기반 시설만 조성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 방식이기 때문이다. 조합들은 자금력이 약해 대개 시공사 보증으로 대출받아 사업비를 마련하는데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가 까다롭다. 주택 수요자의 관심이 적어 분양에 자신이 없는 곳에는 건설업체가 시공을 꺼린다. J&K 백준 사장은 "조합이 금융비용 외에 후분양에 따른 사업 위험성을 분양가에 반영할 것이기 때문에 분양가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제의 뜻은 좋지만 현실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후분양제를 확대키로 하면서 정부가 민간 사업장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집값 안정 등 후분양제의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은평뉴타운 분양가 인하를 위해선 분양가 상한제를 조기에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중소형 평형은 평당 최고 100만원 이상 낮아질 수 있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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