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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ㆍ중국인/박병석 전홍콩특파원의 대륙기행:1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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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외서 성공한 “4천만 화교”/90국서 「백수기가」/재벌수두룩… “동양의 유대인”/동남아 무역땐 협력 필수적
「바닷물이 미치는 곳에 화교가 있다」는 말이 있다.
세계 90여개국에 4천만명 (중국연감)이 나름대로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이들 중국인들의 후예는 모국(중국이나 대만)과의 연계를 통해 보이지 않는 또하나의 중국으로 성장해 왔다.
빈곤으로 부터 탈출을 위해 맨손으로 고향을 떠났던 이들은 세계 각국으로 흘러들어가 갖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상재와 근면으로 재산을 모으고 사회적 지위를 확보해 갔다.
맨손으로 재산을 형성(백수기가) 하기까지에는 대부분 식당ㆍ이발소ㆍ양복점을 출발했으며 중국에서는 이들 업종이 모두 칼과 관계있다해서 세자루의 칼(삼파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신지식을 구하기 위해 나갔다가 영주한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화교의 대종은 역시 기아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바다를 건넌 것이다.
뉴욕 등 미국이나 런던 등 웬만한 나라에 형성된 차이나 타운을 가보면 「삼파도」,특히 수많은 요리점을 목격하게 된다.
지금은 세가 많이 약화됐지만 한국안의 화교들도 90% 이상이 산동출신으로 대부분 중국음식점을 경영해 왔다.
화교가 가장 많이 진출한 곳은 동남아로 유통기구를 손아귀에 넣는가하면 금융계를 장악하는 등 경제분야에서 확실한 실권을 확보하고 있다.
화교들이 특히 동남아에서 경제권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무더운 날씨 등으로 소극적이고 느린 남방형의 현지인들보다 부지런하고 단결력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6만명 수준이었던 한국내 화교수가 2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던 것은 우리정부 당국의 정책에도 큰 영향을 받았으나 한국인의 기질이 남방형과는 다른데도 원인이 있다.
화교들이 동남아의 상권을 장악하고는 있지만 현지인들과의 사이에 불화도 적지 않다.
현지인들의 「배화히스테리」는 황화에 대한 두려움과 질시ㆍ배척 등으로 심각한 분쟁을 일으켰는데 이는 중국인 특유의 폐쇄성과 배타적인 국민성으로 인해 증폭됐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65년 미수에 그친 좌익쿠데타 배후에 중국이 개입한 사실이 밝혀져 인도네시아정부는 중국과의 단교는 물론 자국내 화교들에게 강력한 동화정책을 강요했다. 「황화」뿐만아니라 「적화」의 가능성에 대한 경계와 보복이었다.
따라서 동양의 유대인으로 불리며 경제동맥을 장악한 화교들이지만 이들의 후손들중에는 중국어나 중문을 모르는 신생세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화교들은 중국에서는 이미 소멸돼 버린 전통과 풍습을 놀랄만큼 충실히 보존해 오기도 했지만 생존과 재산보존을 위해 스스로 현지인과 동화해 나가기도 했다.
동남아의 상권을 쥐고 있는 화교사회의 이해하지 않고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효과적인 대동남아 진출이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중국인중에서도 특히 화교들은 본토의 지역연고에 따른 방파중심의 활동이 활발하며 경제적 유대를 맺으려면 이같은 특성을 활용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대재벌 임소양은 복건방이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에 크게 진출한 조주방(광동성)은 쌀ㆍ곡물 등을 독점하고 있는데 홍콩의 최대재벌 이가성도 조주방의 대표적 인물이다.
홍콩과 미국ㆍ남미 등의 화교는 상해출신이 많고 이들은 홍콩에서 금융업ㆍ백화점ㆍ부동산업 등을 장악하고 있는데 중국 최고실력자 덩샤오핑(등소평)은 전세기로 북경을 방문한 현 중국투자신탁공사 회장인 무석출신 롱이렌(영의인)의 1백여명 해외친척들을 위해 특별 연회를 베풀기도 했다.
또 영파방(절강성)은 특히 구두약속이나 신용을 중시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으며 「업은 근면ㆍ검소한데서 일어난다」는 신조를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홍콩의 선박왕 포옥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화교들은 주재국에서 나름대로 막강한 경제력을 쌓더라도 모국에 대한 뿌리나 향수 또는 모국의 힘에 의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중국이 폐쇄정책을 실시할 때는 유력화교들이 대만쪽에 많이 기울어졌으나 79년 개방정책을 실시한 이후에는 상황이 많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홍콩의 주권이 중국에 귀속되는 97년이 다가옴에 따라 홍콩인들의 대만정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다같이 화교의 국내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으나 화교들은 또하나의 보이지 않는 중국을 형성하며 국제정세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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