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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생각은…

전세난, 해답은 시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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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젠 전세대란이다. 10.29 대책 이후 분양 물량이 급감한 데다 8.31 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참여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후유증인 것이다.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전셋값이 상승하고 나면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이어 다시 전셋값이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시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시장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오만이 낳은 결과다.

참여정부는 부동산 가격과 경쟁하듯 각종 대책을 발표하였다. 주택가격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반짝 안정세를 보이다가 정부 정책을 비웃듯 다시 폭등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지역의 고급주택 소유자의 재산은 더욱 늘어났고 서민들의 주택 구입은 멀어져만 갔다. 이에 전세대란이라니 서민들의 분통이 터질 만하다. 부동산 정책 강화로 부담을 느끼는 사람은 일부 부유층이라고 강변하던 정부의 목소리와 달리 오히려 서민만 더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은 불로소득을 야기하는 부동산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과도한 개발이익이나 불로소득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환수하는 것이 부동산 가격 안정과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분양가 규제, 주택 공영개발 도입, 종부세 도입, 양도세 중과, 토지이용 규제 강화, 개발이익 환수 등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안정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이다. 오히려 공급이 탄력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함으로써 주거선호 지역의 주택가격을 더욱 치솟게 할 뿐이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만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토지이용 규제, 분양가 규제, 기반시설부담금, 개발부담금 등은 단기적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민영개발의 축소를 주택 공영개발 확대로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주택산업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저하하고 공공부문의 비대화라는 비효율성을 야기할 뿐이다.

서민 입장에서 볼 때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주택 관련 프리미엄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일 뿐 주택가격 안정과는 거리가 먼 정책으로 비치고 있다. 오히려 개발부담금이나 기반시설부담금으로 인해 낡은 주택에 살아야 하거나 분양가가 높아지는 문제만을 떠안을 수 있다. 더욱이 과도한 보유세는 노인계층이나 소득이 낮은 실수요자를 기준가격 6억원 이하의 아파트로 유도함으로써 오히려 주거복지를 악화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결국 해답은 시장이다. 부동산 시장도 국민경제의 일부분으로서 다른 시장과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난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오랜 기간 유지된 저금리, 성장잠재력 둔화와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성장잠재력을 높여 자금이 생산적인 투자처를 찾아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서민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만으로는 안 된다. 부동산 정책을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보지 말고 거시경제를 이루는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