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경기의 여왕|베이커 92올림픽 마라톤「금」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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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여자철인3종경기(수영·사이클·크로스컨트리) 의 슈퍼스타인 뉴질랜드의 에린 베이커 (28) 가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마라톤 제패를 선언하고 나서 세계 스포츠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베이커는 주부이면서도 지난 3년간 37차례의 철인경기에 출전, 34차례 우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신화적인 인물.
『베이커가 출장하는 대회에서는 2위를 차지하는 것이 곧 우승이다』
베이커의 최대 라이벌인 짐바브웨의 파울라 뉴비 프레이저가 이처럼 서슴없이 말할 정도로 철인경기에서 차지하는 그녀의 위치는 가위 절대적이다.
게다가 베이커는 대회마다 자신의 골인시간을 예언하고 이를 그대로 실천에 옮기며 우승, 경쟁자들을 아연케함은 물론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고는 한다.
경쟁자들의 공포 어린 질시까지 야기시키는 베이커의 기록예언은 꾸밈없는 그녀의 직선적 성격에서 비롯된다.
베이커는 이처럼 고집 세고 직선적인 성격으로 한때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앞장서 벌이다 경찰에 체포된 경력도 갖고있다.
이러한 성격과 관련하여 베이커는 특히 상금이 걸린 대회에 강하다.
84년 호주 시드니에서 벌어진 한 3종경기에서 그녀의 처녀우승을 자극한 것은 바로 뉴질랜드일주 항공티킷 두장.
또 지난해 7월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7마일 단축마라톤에서 반환점까지의 구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케한 동인 역시 구간 최고기록자에게 주어지는 보너스상금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7마일 단축마라톤은 베이커에게 우승의 기쁨 외에 마라톤에의 자신감을 심어준 대회였다.
약90회의 3종경기 우승경력을 갖고 있는 남편 스콧 모리나는 『아내는 가끔 달리기연습 도중 나를 앞지를 때가 있다』며 베이커의 뛰어난 주력에 놀라움을 표시한다.
베이커는 하루7시간의·강훈으로 비지땀을 흘리는 노력파다.
뉴비 프레이저가 『내가 그정도 훈련을 했더라면 벌써 병원에 입원했을 것』 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
베이커는 이 같은 재능과 땀의 대가로 지난해 첫 참가한 피츠버그마라톤에서 2시간36분57초 (세계기록은 노르웨이의 잉그리드 크리스티안센의 2시간21분6초) 로 3위에 입상,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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