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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이양시점 2009년 벨 사령관이 처음 꺼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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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이 2009년 한국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넘겨주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과 관련해 '2009년'이란 시점을 맨 처음 꺼낸 사람은 버웰 벨(사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라고 워싱턴 외교소식통이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소식통은 "미 국방부가 올 여름 벨 사령관에게 '전작권을 언제 이양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느냐'고 물었고, 벨 사령관은 '2009년이면 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벨 사령관은 '한국 정부와 협의해 안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준비를 잘하면 2009년에는 전작권을 넘겨줘도 무방하다'는 보고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에게 했다"며 "지난달 럼즈펠드 장관이 윤광웅 국방부 장관에게 전작권 이양 시기로 2009년을 못박은 서한을 보낸 건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주미 대사관 고위 관계자도 "미 국방부가 벨 사령관의 보고를 바탕으로 이양 시기를 정한 걸로 한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벨 사령관은 최근 국회 국방위원인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2009년이 어떻게 나온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내가 그때면 되겠다는 보고를 럼즈펠드 장관에게 했다"고 말한 것으로 방미 중인 황 의원이 전했다. 황 의원에 따르면 벨 사령관은 "럼즈펠드 장관이 '전작권 이양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기간이 언제냐'고 묻기에 '(군사적인 측면에서) 작전계획을 새로 쓰고, 그에 맞는 훈련을 하는 등 준비를 하려면 3년 정도가 필요하므로 2009년이 적당하다'는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황 의원은 "벨 사령관의 보고는 7월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SPI)가 열리기 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벨 사령관은 올 5월만 해도 '한국이 독자적으로 작전계획을 세울 준비가 돼 있느냐'며 전작권 조기 이양에 의문을 나타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벨 사령관이 군사적 측면만 고려해 그런 판단을 했는지는 모르나 미 행정부가 전작권 조기 이양을 결정한 배경에는 그걸 자주의 문제로 보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 한국 내 반미감정에 대한 고려 등 정치적 측면이 틀림없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미국의 전직 한미연합사령관과 싱크탱크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22일 뉴욕에서 황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전작권 문제를 자주라는 관점에서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여옥 의원이 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올 2월 주한미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취임했다. 미군 내에서도 손꼽히는 작전통이다. 1947년 미 테네시주 오크리지에서 태어났으며 테네시주립대(경영학)를 졸업한 뒤 바로 입대했다. 걸프전 때는 미 중부군사령관 보좌관을 맡았다. 2001년엔 미 3군단장을 지냈는데, 3군단은 한반도 유사시 제일 먼저 파견되는 신속증원군의 주력 부대다. 2002년 유럽 주둔 미 육군사령관에 임명됐으며 2004년 3월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합동지상군 사령관도 겸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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