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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재건축, '낙동강 오리알' 전락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여년동안 주택시장의 최고 투자처로 군림하며 '황금알'을 낳는 상품으로 주목받아온 재건축이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사업 완료시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절차의 투명성 확보와 함께 투기방지를 위한 각종 규제가 그물망처럼 촘촘히 둘러싸고 있어서다.

특히 이달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재건축부담금제'는 최대 하일라이트. 그동안 조합원들이 독식해 온 개발이익의 상당수를 세금 형식으로 환수하는 제도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이 차단되는 동시에 투자가치를 상실,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다만 이같은 규제가 공급의 상당수를 재건축에 의존해야 하는 서울 강남권의 수급불안을 야기, 또다시 가격 불안을 유발하는 부작용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최근 판교신도시에 이어 파주신도시, 은평뉴타운의 잇단 고분양가 책정으로 인해 발생한 서울 강북과 경기 서북부지역 집값 상승이 강남 등으로 옮겨붙을 경우 공급 감소와 함께 시장 불안의 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 천국'=그동안 재건축사업을 겨냥해 나온 각종 규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로 인해 사업추진은 말 그대로 '산넘어 산'이다. 우선 사업 추진을 위한 예선통과도 어렵다.

추진위원회 구성은 토지소유자의 과반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며 무분별한 용역업체 선정이나 조합의 전횡 등은 원천봉쇄된다. 지난달 25일부터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도 중앙정부의 결과 검증 시스템을 포함, 예비는 물론 본 안전진단 조차도 통과가 어렵다.

무엇보다 20년이 넘은 아파트라도 구조안전에 이상이 없는 경우 아예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잠실동 주공5단지 등 초기 재건축단지들의 경우 사업의 장기 표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절차를 강화한 사업 추진의 예선을 통과하면 종전에 적용되고 있는 '개발이익환수제'와 '기반시설부담금'에 이어 '개발부담금제' 등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에 따른 3가지 부담금이 기다린다.

지난해 5월19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용적률 증가분 10 ̄25%를 임대주택으로 짓도록 한 개발이익환수제는 사업시행인가 전.후 단지에 적용된다. 올 7월12일부터는 연면적 60.5평(200㎡) 초과 단지에 대해 기반시설부담금제가 부과된다.

이어 이달 25일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신청 이전 단계인 모든 재건축단지에 조합원당 개발이익이 3000만원을 초과할 때 개발부담금이 환수된다. 개발이익이 1억원이면 1600만원이, 3억원이면 1억1500만원을 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가격이 급등한 강남권 대부분 재건축단지들의 경우 가구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부담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 재건축, 매입도 어렵다=주택거래신고지역인 강남에서는 재건축단지를 사기도 쉽지 않다. 일단 6억원이 넘으면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따라 대출이 제한된다. 또 아파트 구입시에는 매입자금내역과 입주여부를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특히 신고항목은 실거래가 외에 자기자금, 대출금, 증여금 등의 자금 출처를 비롯한 자금조달계획과 규모 및 시기 등이 포함된다. 아파트 구입자는 자신의 자금사정이나 매입 사유 등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투기 목적으로의 접근이 어렵다.

◇공급난에 고분양가 여파, 피할 수 있을까=이처럼 쏟아지는 각종 규제로 인해 재건축단지들은 오금을 펴지 못하고 있다. 자체적으로는 가격의 하향 조정을 거부하며 버티고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스스로 무너질 공산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당장 올 연말 부과될 종합부동산세에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2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까지 겹치면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급이 문제다. 강남 재건축단지의 경우 각종 규제로 사업 추진이 묶이면 그만큼 신규주택공급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공급난을 일으켜 수급불균형을 초래하게 되고 또다시 가격을 끌어올리는 원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판교에 이어 파주, 은평 등으로 이어진 고분양가 문제가 서울 강북을 중심으로 시장 불안정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자칫 어렵게 잡혀 가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강남을 자극할 수도 있어서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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