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 2년만에 고교정상|여사이클 새별 김유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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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반도의 남단 영산포개펄에서 여자사이클의 내일을 걸머질 걸출한 신인 유망주가 탄생, 사이클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김유미(김유미·15·영산포여상1년). 개펄에서 조개껍질을 줍다 일약 여고사이클의 「떠오르는 별」로 자리바꿈한 새바람의 신데렐라다.
김은 올시즌 오픈전으로 펼쳐진 제45회 전국사이클선수권대회 첫날 여고1km독주에서 1분19초874를 마크, 그동안 선두주자로 꼽혀오던 이헌주(이헌주·의정부여고3년) 노선실(노선실·양양여고1년)을 제치고 우승컵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던 것. 김의 이날 기록은 한국최고기록(1분15초256·89년7월·김진영)에는 4초618 뒤지나 김의 장래성으로 미뤄 괄목할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의 전국대회출전은 이번이 세번째. 여중3학년때인 지난해7월 회장기대회 여중부1km독주에서 우승했으나 대다수의 사이클인들은 「우연한 행운」쯤으로 판단, 눈여겨보지 않았었다.
그런 그녀에게 사이클인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것은 올들어 그녀의 기량이 몰라보게 달라졌기때문. 이관선(이관선) 수자원공사감독은 『여자선수한테서는 좀처럼 기대하기 힘든 담대한 대시력이 엿보이는게 김의 강점』이라고 진단하면서 잘만 가다듬으면 현대표인 김진영(21·영남제분)의 뒤를 잇는 재목으로 손색이 없을것으로 내다봤다.
1m63cm·58kg. 신체조건은 뛰어나나 후반 체력이 달러 래프타임 기록이 뒤처지는게 흠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현재로선 체중을 60kg대로 끌어올리고 동시에 체력을 보강하는게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외해 하루 6시간씩의 강훈을 통해 체력을 보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노병국(노병국·35) 전남사이클연맹 전무의 설명이다.
김이 속한 영산포여상은 창단2년째인 신생팀. 지난87년 나주벨로드롬이 건설된게 계기가 돼 영산포여중 사이클부가 출범했고 그 이듬해 이들을 받아들여 영산포여상 사이클부 창단(88년)으로 이어졌다.
출범당시엔 재정형편이 어려워 향토유지들의 성금으로 대회출전경비를 마련하다시피 했으나 올부터는 3백만원의 이산을 책정하는등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향토의 자람으로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코치가 따로 없어 선수출신인 노병국 전남연맹 전무가 대신 맡아 지도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속에 성큼 여고사이클의 호프로 떠오르게 된 김유미 역시 가정형편이 어렵기는 매한가지. 아버지 김평영씨(김평영·46)가 지난88년 간염으로 몸져눕게 돼 어머니 최용자씨(최용자·41)가 소금행상이나 공장품팔이로 주름진 살림살이를 꾸려가고 있는 형편이다.
이때문에 1남3녀중 맏딸인 김은 선수생활 틈틈이 학생가장으로서 집안일을 거들어야하는 힘겨운 실정. 동료들은 모두 기숙사생활을 해도 김이 굳이 통학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노전무의 귀띔.
첫페달을 밟을때만해도 주위의 눈총이 따가워 몇번이고 포기할 생각도 없지않았다고 털어놓는 김은 그러나 그때마다 대표선수출신의 정기영씨(정기형·23·전나주군청)가 용기를 북돋워주었다는것. 현재 타고있는 경기용자전거 역시 정씨가 군에 입대하면서 물려준 것이라고.
『이제는 마음놓고 실컷 페달을 밟아보렵니다.』
작은 포구의 시골소녀에서 여자사이클의 기수로 발돋움한 김은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아보는게 꿈』이라며 벌써부터 당찬 포부의 내일을 설계하고 있다. <전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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