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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밑에 「통신고속도로」/제주∼고흥 광케이블개통 효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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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만2천명이 동시 통화/위성보다 빠르고 음질 깨끗
제주∼고흥간 해저광케이블망 개통은 「꿈의 통신」이라고까지 불리는 광통신이 81년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9년만에 한국을 국제해저통신국가로 발돋움시켰다.
무선단파 통신시대에서 해저동축케이블시대를 거쳐 위성통신시대로 변천해 온 우리나라 국제통신이 본격적인 해저광케이블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이 해저광케이블은 5월말 개통 예정인 한국∼일본∼홍콩을 잇는 국제해저광케이블(HJK)및 기존의 태평양횡단 광케이블(TPC3)과 연결돼 국제통신을 우리나라 육지와 연결시키는 관문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통신위성을 통해야만 했던 국제통신이 앞으로는 인도양 연안국가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태평양 연안국가들과도 해저광케이블에 의한 통신이 가능해져 국제통신이 2원화 된 셈이다.
우리나라가 국제해저광케이블망에 참여한 것은 태평양ㆍ인도양 상공의 통신위성 4∼5개에 의존하고 있는 국제통신량이 2000년대에는 폭주,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통신품질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독자적인 통신위성발사에 앞서 해저통신망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전략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광케이블이 설치된 것은 81년 한전 부산지사∼토성변전소 사이 2㎞ 구간의 육상광케이블.
전기통신공사는 이후 경인ㆍ경부ㆍ88ㆍ호남고속도로등 고속도로에 광케이블을 깔아 육지의 주요도시간 전송로를 광통신화했는데 이번 해저케이블 개통으로 전국의 주요도시와 외국이 모두 광통신으로 변경되게 됐다. 이번에 해저광케이블망이 개통된 것은 제주∼육지간 바닷속에 「통신용 고속도로」가 뚫리는 것과 같다.
현재 제주∼육지간을 이어온 마이크로웨이브에 의한 무선방식으로는 겨우 9백60만명이 동시에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으나 해저통신은 그보다 12.6배나 많은 1만2천96명이 한꺼번에 통화할 수 있다.
이처럼 회선용량이 많기 때문에 전화에 의한 음성통신뿐 아니라 팩시밀리와 개인용 컴퓨터(PC)통신은 물론 화상회의ㆍ화상전화와 VIDEOTEX(전송화상수신장치)도 가능해진다.
특히 광케이블은 통신신호를 레이저광으로 변환시켜 전송하기 때문에 기존의 통신인공위성보다 국제통신의 착신속도가 4배가량 빨라져 이른바 국제간 고속통신의 길이 트이게 된 것이다.
인공위성을 통할 경우는 신호가 위성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4분의1초가 걸리는데 비해 광케이블은 25분의1초로 훨씬 빨라 통화시간이 단축되고 미국등 장거리 통화때도 바로 이웃처럼 전혀 거리감을 느낄 수 없고 맑고 깨끗한 통화를 할 수 있게 된다.
광케이블을 이루고 있는 광섬유는 머리카락 굵기(0.125㎜)의 길고 가는 석영유리선으로 빛으로 바뀐 통신신호를 초당 20억개씩 20만㎞의 속도로 전달한는 최첨단 통신소재다. 이번 해저 광케이블 개통은 제주∼육지간 마이크로웨이브 방식인 무선통신의 단점이었언 보안의 취약성과 기상변화의 영향을 한꺼번에 해소,통신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향상시키고 고품질의 음성및 비음성 통신의 전송이 가능한 전천후 통신을 앞당긴 셈이다.
심해가 아닌 수심이 낮은 해저공사는 우리나라 광케이블 연결 수중공사 전문업체인 혜송실업이 맡아 이 분야의 국내기술도 축적시켰다.
성산포∼고흥간 1백72㎞ 구간중 해저구간인 1백42㎞에 설치된 광케이블은 어로작업과 선박계류에 장애를 주지 않고 상어의 공격으로부터 파손을 막기 위해 해저쟁기를 이용,깊이 1m의 바다밑 땅속에 매설됐다.<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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