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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건강] 불임 극복…임신강박증부터 털어 버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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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으로 고통받고 있는 여성이 몇 년 전만 해도 가임 여성의 10%가량이었으나 요즘은 15%로 증가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진 데다 임신을 방해하는 환경오염, 자궁내막암 등이 늘어난 탓이다. 그러나 요즘 불임 여성은 과거보다 임신에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시험관 시술 등 불임치료의 발달로 불임 여성 10명 중 9명은 소망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들이 겪는 정신적신체적 고통은 실로 엄청나다.

치과의사인 서울 양천구 김치과의원 김미연(43)원장도 이들 중 한 명이다. 그는 나이 마흔이 넘어 결혼 18년 만에 건강한 딸을 낳았다. 불임 여성의 정신적 고통을 어루만져주는 앨리스 도마의 책 '아름다운 기다림', 가람기획)도 번역했다. 김 원장은 "임신하기 몇 달 전에 자궁내막암 수술을 받았고, 책을 번역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이 임신에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불안.좌절.우울 … 피해의식까지

불임 여성은 자신도 모르게 예민해지기 쉽다. 임신부와 마주치면 '눈에서 불꽃이 튄다'는 사람도 있다. 요즘 일부 산부인과 병원에서 불임 클리닉과 임신부를 격리해 놓은 것은 이래서다.

심리적으로도 크게 위축된다. 김 원장은 "너무 비참해서 인생의 실패자가 된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자녀를 둔 친구를 만나거나 임신한 여성을 보면 피해의식.좌절감을 느끼는 불임 여성도 적지 않다. 이런 여성은 가족.친구 모임에 가기를 꺼리고 특히 결혼이나 자녀를 주제로 한 대화를 회피한다.

"이번에도 임신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불안감이 심해지고, 자신감도 떨어진다. 자연히 우울감을 자주 느끼며 매사에 의욕과 흥미가 저하된다. 물론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해 만성 불면증에 시달린다.

특히 시험관아기 등 불임 시술을 받은 여성은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시술 횟수가 많아질수록 불안감은 더 증폭된다. 어렵게 임신한 뒤 유산하면 "내가 잘못한 탓"이라거나 "내게 벌이 내려진 것"이라며 극도의 죄책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불임 여성들의 이런 심리 상태는 남편과 가족의 도움을 요청하기조차 힘들게 한다.

불임 여성 대부분이 만성 스트레스 환자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양광문 교수는 "불임 여성이 임신을 위해 자신의 직업 등 사회생활을 접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임신이 삶의 중심이 되면 오히려 생체리듬에 나쁜 영향을 미쳐 임신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

운동도 임신을 위해 포기하기보다 평소에 하던 대로 적당히 하는 것이 낫다. 술은 하루 한잔 정도는 괜찮지만 과음은 곤란하다. 흡연은 난소 기능을 떨어뜨려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금물이다.

청바지 등 꽉 끼는 옷이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과학적으로 확실하게 증명된 상태는 아님)도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청소년 등 성장기에 꽉 끼는 옷을 즐겨 입으면 골반이 작아져 정상 분만이 어려워질 수 있다.

배란 장애(생리 불순),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등 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병은 적절히 치료하거나 조절하는 것이 임신에 유리하다. 특히 불임 환자의 40%는 배란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있는 여성은 체중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도 효과적인 불임 탈출법이다. 불임 여성은 대부분이 만성 스트레스 환자다. 우울증에 빠지거나 스트레스를 장기간 받으면 임신 가능성이 더 낮아진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불임 커플 330쌍을 1년간 추적 조사했다. 여기서 임신강박증 등 불임 관련 스트레스가 직장.일상생활에서 받는 사회적 스트레스.열등감 등 개인의 성격상 스트레스보다 불임 확률을 더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미국불임학회지 2005년 6월).

가족들 섣부른 충고는 득보다 실

'칠거지악' 등을 운운하는 것은 불임 여성에게 비수를 꽂는 것과 진배 없다. 불임 여성은 사소한 단어 하나에도 '가슴을 후벼 파는'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남편과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포천의대 강남차병원 정신과 서호석 교수는 "가족들이 불임 여성에게 지지와 공감을 표시하되, 비난은 자신감을 떨어뜨릴 뿐이므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지 하소연을 들어주기만 해도 불임 여성에겐 큰 도움이 된다는 것. 관심은 계속 갖되 섣부른 충고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불임 여성은 또 다른 가족의 임신 소식에 가장 큰 절망감을 느끼기 쉬우므로 가족의 임신 사실을 알릴 때 충분히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태균 기자

◆ 불임 극복 이렇게

(1)불임이란 사실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는다

(2)현재 느끼는 여러 감정들이 모두 정상임을 자신에게 자주 확신시킨다

(3)심리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 항상 포진시킨다

(4)불임자들의 모임에 가입한다(없으면 자신이 모임을 직접 만든다)

(5)불임 시술을 받기 전에 다음 단계의 계획을 마음속에 구상한다(불임 시술에 더 의연하게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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