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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믿을 수 있는 일본, 존경받는 일본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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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일본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재 시대가 열렸다. 전후 최연소 총리를 목전에 둔 그는 "전후 세대 최초의 총리답게 '이상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중단 없는 개혁을 다짐했다. 우리는 아베 정권이 내건'강한 일본, 자랑스러운 일본'이란 기치처럼 일본이 번영과 발전의 길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고이즈미의 계승자인 아베 정권은 탄탄한 지지율을 자랑한다. 고령화 사회와 양극화 등 일부 고질병은 여전하지만 일본 경제는 오랜 침체를 훌훌 털고 일어났다. 힘의 논리가 판치는 국제사회에서 미국과의 관계는 동맹 이상의 수준이다. 일본의 '총보수화' 흐름까지 감안하면 아베 정권은 어느 때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베 정권의 이런 장점들이야말로 주변국과 심각한 갈등을 유발시킬 요소를 잉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나친 친미 노선은 아시아 외교 경시를 낳을 수밖에 없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재무장을 포함한 개헌 시도는 주변국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것이다. 독도 영유권과 역사교과서 왜곡 등의 외교 현안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유혹에 빠질 경우 남는 것은 파국밖에 없다. 보다 현명하고 신중한 대처를 주문한다.

일본 정부는 아베 정권 출범에 맞춰 대북 금융제재 강화를 분명히 했다. 아베 총재 자신도 일본인 납치 사건 당시 대북 강경 입장을 고수해 대중적 정치가로 부상한 인물이다. 앞으로 북한 미사일과 핵 위기를 틈타 일본 보수세력의 결집을 도모하고 재무장이나 개헌까지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유엔의 북한 미사일 결의안 처리 때 일본의 초강경 입장에서 그런 불안한 조짐이 읽힌다.

우리는 아베 정권이 동북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쪽으로 나가 주길 기대한다. 특히 한국과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복원시켜 주길 부탁한다. 대북문제에 있어서도 한.일의 협조가 다시 부활되기를 우리는 바란다. 일본이 이웃나라들에 '믿을 수 있는 나라, 존경받는 일본'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