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의 수식어(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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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15일 김일성의 78회 생일을 맞은 북한전역은 온통 축제분위기로 들떠있는 모양이다. 이날 평양에서는 15만명의 교사와 어린이들이 노동절스타디움에 모여 「어버이 수령」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축하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어쩐일인지 김일성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을 공식명칭인 「주석」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장 위대한 인물에만 붙이는 「수령」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온갖 좋은 수식어가 다 동원된다. 위대한 영도자,위대한 수령,비할데 없는 애국자,민족의 영웅,언제나 승리하는 강철같은 의지의 뛰어난 사령관,국제공산주의 운동의 뚜렷한 지도자,독창적인 사상가,민족의 태양,전세계 피압박인민의 붉은 태양,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그리고 심지어는 자기 부모에게만 쓸 수 있는 어버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고 있다.
김일성은 소련점령기간중에 레닌을 「우리의 위대한 수령」이라고 부르곤 했다. 또 스탈린이 생존해 있을 때는 그를 「우리의 경애하고 존경하는 수령」 또는 「세계 모든 근로인민의 수령」이라고 불렀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전쟁때 스탈린의 도움이 필요하자 김일성은 그를 「조선 인민의 대부」라고 까지 하며 치켜올렸다. 물론 중공군의 지원을 받았을때 모택동을 「중국인민의 수령」이라고 부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김일성이 스스로 수령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67년 중소분쟁때 자신을 주체적이라고 선언한 다음부터다. 그래서 중국의 문화혁명기간중 홍위병들이 김일성을 가리켜 옛날 황제처럼 군림하는 「살찐 수정주의자」라고 개인적인 모욕을 가하자 북한에서는 그의 지위를 떠받드는 대대적인 캠페인이 전개되기도 했다.
이런 우상화과정에서 빚어진 광신에 가까운 갖가지 난센스는 이루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가령 그의 사진을 국기와 국가표지 앞에 걸어놓고 국가가 연주되기 전에 『김일성장군의 노래』가 연주되는가 하면 그의 이름을 딴 학교와 꽃이 있고,그밖에도 노래,시,수필,소설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북한의 어린이들이 부르는 동요의 50%이상이 김일성 또는 김정일을 찬양하는 노래라면 누구도 믿기 힘들 것이다.
김일성 우상화의 특징은 그것이 자신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아들과 부모,전처,숙부 등 일가친척 모두를 「성가족」으로 만드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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