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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금서 읽어봤다"44%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나라 대학생의 약 44%는 이른바 금서를 읽어본 경험이 있으며 이들 금서를 읽은 학생들 가운데 약 87%가 책내용에 대해 굳이 금서로 지정할만한 까닭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북한원전을 읽어보았다는 대학생은 전체의 20% 정도로 이들이 읽은 책은 이해하기 어려운 사회과학 도서보다는 문학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출판연구소(소장 김병익)가 유재천교수(서강대)에게 의뢰, 작년 11월1일부터 8일까지 1주일동안 전국의 대학재학생 6백7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대학생독서실태조사연구」결과 밝혀진 것이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1년에 평균 18.5권의 책을 읽고 있었으며 이는 그보다 2년전에 조사된 일본대학생들의 연평균 독서량 25.8권에 비해 70%를 겨우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대학생들이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은 ①어린왕자 ②데미안 ③대지 ④태백산맥·삼국지·나의 라임오렌지나무 ⑤죄와벌 ⑥사람의 아들·좁은문 ⑦지와 사랑·생의 한가운데·이방인 ⑧노인과 바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천국의 열쇠·철학에세이·성경 ⑨젊은날의 초상·여자의 일생 ⑩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성자가 된 청소부·수레바퀴밑에서·어머니·제인 에어·탈무드·파우스트등으로 외국저서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장 감명깊었던 저자로는 ①헤르만 헤세 ②펄벅 ③이문열 ④생텍쥐페리 ⑤도스토예프 스키 ⑥조정래 ⑦앙드레 지드 ⑧AJ 크로닌·루이제 린저 ⑨헤밍웨이 ⑩카뮈·톨스토이 순으로 응답, 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외국저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대학생들이 가장 감명깊은 책을 읽었던 나이는 평균 18세로 나타났으며 이를 다시 각급 학교시절로 환산하면 이들 책을 중·고교시절에 읽었다는 비율이 전체의 54%를 차지, 이 시기의 독서가 한 개인의 일생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에서 독서교육을 받은 일이 없다고 응답했고, 입학이후 독후감 숙제가 한번도 없었다는 비율도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9%나 됐다.
책을 추천하거나 내용을 소개하는등 독서지도를 통해 교수·부모들이 대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조사에 응한 대학생중 80%이상이 독서교육이 매우 필요하거나 약간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들은 또 책을 읽고 싶어도 마음대로 못읽는 이유를 ①다른일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②공부때문에 ③어떤책을 읽어야 좋을지 몰라서 ④읽고싶은 책을 사거나 빌릴수가 없어서 등의 순으로 대답, 독서교육의 부재, 책에 대한 정보의 결핍, 도서관 장서의 문제가 심각함을 드러냈다.
한편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일본대학생들이 엔고(엔고)와 무역마찰·컴퓨터·우주론·유전공학등 현실문제와 정보화사회의 삶에 직접 연결되는 실무적 지식, 혹은 첨단과학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경향과는 대조적으로 현실인식과 관련된 원론적이며 철학적인 내용을 크게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재천교수는 이번 조사결과 『우리 대학생들이 일본대학생들에 비해 독서의욕이 상대적으로 낮고 읽을만한 책이 많지 않다고 느끼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지적하고 『출판계에 의한 다양한 도서의 출판, 독서운동의 조직화, 사회전반에 걸친 독서교육, 각종 도서관의 충실화등을 통해 우선 대학생들의 독서의욕을 보다 고양시키는 환경조성에 힘써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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