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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령화 속도 더 빠른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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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은 65세 이상. 열 명 중 한 명은 75세 이상'. 2006년 일본의 모습이다.

일본 총무성은 인구 중 65세 이상이 2640만 명이라고 17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83만 명이 늘어난 것으로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7%에 달한다. 총무성은 이에 따라 일본은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초고령사회는 유엔이 분류한 것으로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사회를 말한다.

일본의 현재는 20년 후 우리 모습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 열 명 중 한 명이 채 안 되지만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 가장 노령화된 일본=일본 언론들은 "일본의 노인인구 비율은 유럽이나 미주 지역에서도 유례가 없다"며 "국제적으로 일본이 최고 장수국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75세 이상은 지난해보다 54만 명이 증가한 1208만 명으로 국민 열 명 중 한 명꼴(9.5%)이 됐다. 75세 이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은 1950년 4.9%에서 계속 상승해 2005년에는 20%에 달했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이 많다는 이탈리아(19.5%, 2004년), 독일(18.6%, 2004년), 프랑스(16.2%, 2006년)를 웃도는 수준이다.

◆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지난해 기준 8.7% 정도다. 2000년 7%를 넘어서면서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게 문제다. 한국은 2018년 고령사회(노인인구 14%)에 접어드는 데 이어 2026년 초고령사회(20%)로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사회에 도달하는 데 18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불과 8년밖에 안 걸리는 셈이다.

프랑스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는 데 115년 걸렸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도 고령사회와 초고령사회에 도달하는 데 각각 24년, 12년이 소요됐다. 유엔은 한국이 지금처럼 고령화가 진행되면 2050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37.3%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 노인인력 활용 대책 세워야=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후지모토 마코토(藤本眞) 연구원은 "고령자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보다는 예전에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게 낫다"며 "한국은 고령자에 맞는 새 직종을 개발 중이라고 들었는데 일본에서 그런 연구는 15년 전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올해 4월부터 모든 기업의 정년이 고령자고용안정법에 의해 폐지됐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조사에 따르면 이로 인해 정년을 맞은 고령 직장인 중 52.8%가 같은 직장에서 예전에 하던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원래 다니던 직장 또는 자회사에서 자신의 능력과 사정에 맞는 직종을 찾아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나아가 70세까지 기업들로 하여금 고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또 일본 정부는 65세 이상에 대해서도 고용보험 신규 가입을 2008년부터 허용할 방침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65세 이상 실업자에게도 생활자금이 지급되거나 직업훈련의 기회가 제공된다.

이지만(경영학) 연세대 교수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기업들은 임금피크제, 정년 연장, 퇴직자 재고용 등 고령인력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노령인력을 적극 활용해 노동력 부족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철근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

◆ 초고령사회=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유엔은 한 국가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 노동력 부족, 노인 복지 비용 증가와 같은 여러 경제적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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