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ㆍ공직자 「비위」가 온상/사이비기자는 왜 생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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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약점있는 곳”에 가짜 기자들 설쳐/한 한의원에서 73명이 돈 뜯기도
약점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이비ㆍ공갈기자가 있었다.
이들은 행정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그늘만 찾아다니는 기생충이자 독버섯이었다.
공해업소나 무허가 건축업자를 상대로 금품을 뜯는 것은 이미 낡은 수법이었고 책자ㆍ광고를 강매하고 부녀자를 욕보이는가하면 인ㆍ허가주선,취업알선등 각종 청탁ㆍ이권개입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약점이 있는 업소는 자기들끼리 서로 알려줘 돌려가면서 금품을 갈취하는 공동전선을 펴기도 했다.
사이비ㆍ공갈기자일수록 눈에 잘띄는 보도증이나 완장,차량의 스티커ㆍ경광등등을 과시용으로 갖고 다녔다.
이들은 대부분 저학년인 전과자들로 밝혀져 사이비기자의 폐해가 얼마나 보편적으로 사회 구석구석까지 퍼져 있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언론기관의 자율정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고 이들이 서식할 수 있는 음지가 없도록 행정력이 활성화됨과 동시에 건전한 시민의식의 제고등이 시급하겠다고 지적했다.
◇실태=가짜기자신분증을 이용,광고유치ㆍ신문구독ㆍ책자구입을 강요하거나 약점을 잡아 금품을 뜯고 각종 이권등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수법.
그러나 이번 수사내용을 보면 사이비기자의 형태가 얼마나 다양화ㆍ조직화해가는지 알수 있다.
구속된 주영철씨(41ㆍ청소년선도신문 취재부장)는 지난 1월 자신이 떠돌이 시절 잠시 몸담았던 경기도 남양주군의 한 절이 사찰분규때 폭력배를 동원했다고 트집잡아 책을 강매했다.
김병익씨(34ㆍ민경신보특집부기자)는 지난해 4월 경기도내 학교장ㆍ서무과장을 찾아다니며 교사가 돈봉투를 받은 사실을 보도하겠다고 위협,50만원을 뜯어냈다.
한편 전과8범인 김승동(44ㆍ내외타임스취재부장)는 사진기자를 사칭,화보에 실어주겠다고 부녀자들을 꾀어 나체사진을 찍는등 불법행위를 일삼아왔다는 것이다.
한편 이들 가짜 기자들은 각종 무허가ㆍ비리업소를 나름대로 구분해 「건축비리」「공원묘지비리」「한의원비리」전담 「출입기자제」를 만들거나,일단 약점잡힌 업소는 타신문사 동료들에게 알려 돌아가면서 돈을 뜯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 가평군의 무면허 S한의원 주인 김모씨(68)의 경우 무려 73명에게 1회2만원씩 돈을 뜯겨왔고,수사결과 지난해 1년동안 30명이상의 사이비 기자에게 공갈당한 업체만도 5백개 업체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업체=검찰은 이같은 사이비기자에게 약점을 잡히는 대상업체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이 밝힌 피해업소는 도축장ㆍ피혁ㆍ염색업체ㆍ세차장등 공해 배출업소가 1백여곳으로 가장 많았다.
또 ▲탈법영업ㆍ소방시설미비 유흥업소 ▲인ㆍ허가 비리가 있는 건축사ㆍ건축업자 ▲허가면적의 그린벨트훼손 공원묘원ㆍ갈비집 등이 각각 50여업소로 나타났다.
이밖에 ▲무면허 의료행위 ▲시설미비ㆍ안전기준 위반위락시설업체 ▲미성년자를 출입시킨 오락실 ▲협정요금 위반 바가지 장의업체ㆍ음식점 ▲가짜휘발유 판매 주유소 ▲금품수수ㆍ직무유기등 약점이 있는 공무원 ▲운수업체등이 사이비기자들의 단골 대상업소로 분석됐다.
◇문제점 및 대책=당연히 단속의 손길이 미쳐야 하는 보건ㆍ환경ㆍ건축ㆍ위생관련업체에 공무원들의 행정력이 소홀한 틈을 타서 사이비기자들이 이들 업소들의 비위를 파고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따라 검찰은 행정조치가 미흡한 분야는 관계부처에 통보하는 한편 공갈을 일삼는 사이비언론사는 종업원뿐아니라 그 경영주까지 「공갈의 공범」으로 간주,구속수사해 사이비기자를 근절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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