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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통신사의 중국 내 뉴스 공급 규제 파문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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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외국 통신사의 중국 내 뉴스 직접 공급을 앞두고 중국이 서방 언론사들과 신경질적인 공방을 잇따라 벌이고 있다. 규제를 하겠다는 중국 측 입장과 "언론 자유 침해"를 주장하는 서방 언론사의 논리가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10일 발표된 중국의 새 해외 언론매체 관리 방침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이 규정을 통해 향후 외국 통신사의 중국 내 뉴스 직접 배포를 허가할 경우 모든 콘텐트를 관영 신화통신을 거치도록 했다. 이는 중국 당국의 마음에 들지 않는 뉴스가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외국 언론들이 자연히 들고 일어났다. 월스트리트 저널 아시아판은 "중국 통신사만 키우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고, 다른 매체들은 중국 당국이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신화통신에 배타적 지위를 줄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 뒤 2라운드 공방은 좀 더 심각한 양상이다. 영국을 방문 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13일 "외국 통신사의 중국 진출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파장을 진화하는 발언을 했지만 문화부 등 관계 당국은 "문호 개방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중국 법을 무시한 외국 통신사는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중국은 14일 신화통신 위안샤오핑(袁小平) 판공청(대외사무처) 부주임을 통해 "외국 통신사들이 많은 법과 규정을 위반했다"며 더 강한 공세로 나왔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외국 통신사들에 적잖은 문제점이 있다는 협박성 발언이다.

위안 부주임은 구체적으로 어떤 언론사가 어떤 법규를 위반했는지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새 규정에 따르면 세금을 비롯한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외국 통신사들이 세금 관련 법규를 위반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중국에는 '한 마을에 가면 그 마을 관습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존중은 그 나라의 법과 규정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5일 사설에서 "언론 탄압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발전과 정치 자유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 통신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새 방침을 겨냥한 것이다. FT는 "언론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들은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믿겠지만 사실은 정반대일 것"이라며 "창의성과 혁신은 정부의 명령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해외의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도 중국이 신화통신을 앞세워 로이터나 블룸버그와 같은 외국 통신사를 간접 통제할 경우 언론 탄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아직도 통제와 명령이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수단인 중국에서 외국 통신사들이 어떻게 제자리를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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