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상영된 북한영화/동질성회복 위해 북도 개방하길(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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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0일 서울에서 일반시민에게 공개 상영된 북한의 극영화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토통일원이 보유하고 있는 북한자료 가운데 「계급성이 비교적 덜하고 북한의 일반적인 농촌생활을 잘 묘사한 작품」이라고 판단되는 『참된 심정』등 몇편이 분단이후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람한 뒤 관객의 일반적인 반응은 「예술성 보다는 당성이 지나치게 강조돼 북한의 실상을 알기에는 부족하다」는 평이었다고 한다. 그런 반응은 북한의 예술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이념선전 위주임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먼저 북한의 극영화를 관람하러 간 관객의 성향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조사된 바는 없지만 학생을 비롯한 젊은층은 단순한 호기심에서,영화관계자는 전문적인 비교 분석적 시각에서,그리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층은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일종의 향수적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겠다는 뜻에서 북한 영화를 보러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가지 관객중 뜻했던 관람 목적을 달성한 부류는 전문가들의 비교분석적 시각 뿐이었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꾸며지지 않고,있는 그대로의 북한 주민 생활상이나 차원 높게 승화된 예술성을 지닌 작품이 아니라 당성 강조에 역점을 둔 일종의 사상 결속과 충성을 고취하는 홍보물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전반적인 의식주와 의식등 인간적인 삶의 조명은 아니더라도 사회적 분위기나 환경을 감지할 수 있었음을 나름대로 평가할만 하다.
최근에 와서 우리는 신문과 텔리비전으로부터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많은 북한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 셈이다. 특히 텔리비전이 방영하는 북한 정보는 그들이 대외선전 또는 내부 홍보물로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에게는 오히려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본다.
또한 6공화국에 들어와 크게 개방된 북한 원전과 관계 출판물이 한때 크게 붐을 이루다가 얼마 안가 이내 인기가 수그러들고 말았다는 경험적 사실에서 북한 정보의 공개를 대폭 확대해도 된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발견해야겠다.
40년 이상 단절된 상태에서 이질화가 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남북 동족간의 이해를 깊이함으로써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시키는데 북한 영화공연의 궁극적 뜻이 있는 것이다. 상호이해와 교류를 위해,그리고 언젠가는 실현될 통일의 날을 위해 이런 작업은 필요한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북한측 정보를 개방함으로써 앞으로 있을 남북협상에서 북한에 대해 적어도 우리만큼은 남한의 간행물·영화·방송프로등을 북한 주민들에게 개방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남북이 다같이 내세우고있는 통일과업은 결코 정치협상 차원에서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오랜 냉전의 선전전 속에서 서로를 혐오하도록 만든 의식의 벽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문화적 동질성의 회복이 병행되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처럼 시작한 북한 영화 상영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산되어야 하며 북한도 같은 규모와 속도로 남한에 대한 문화교류의 장벽을 허무러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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