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감자 사들여 40배 폭리/동서독 밀수극성… 세관당국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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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통독ㆍ통화단일화 논의 틈타 “한탕” 겨냥/품목도 식품서 미술ㆍ골동품으로 확대
지난해 11월 역사적인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양독간 물가의 차이를 이용한 밀수가 크게 성행,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쪽에서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동ㆍ서독통일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이틈을 이용해 돈을 벌어보자는 약삭빠른 상혼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3ㆍ18동독총선 이후 통독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잘하면 금년 7월안으로 동ㆍ서독 마르크화의 단일화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자 그 이전에 한탕 챙기려는 밀수꾼들로 양독의 세관당국은 골치를 앓고 있다.
이처럼 동ㆍ서독간 밀수가 성행하고 있는것은 정부의 보조등으로 인해 동독의 물가가 서독에 비해 극도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물가가 싼데다가 동ㆍ서독 마르크화가 암시장에서 통상 1대6 정도의 비율로 교환되고 있기 때문에 서독인의 입장에서 보면 동독의 제품들은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다.
동ㆍ서독간에 가격차가 가장 심해 밀수의 표적이 되는 상품은 식료품이다.
예컨대 버터 1㎏이 동독에서는 9ㆍ6동독 마르크이지만 서독에서는 8ㆍ6서독 마르크에 거래되고 있다. 9ㆍ6동독 마르크를 1대6의 비율로 서독마르크와 바꾸면 1ㆍ6서독 마르크 밖에 안된다. 다시 말해 버터 1㎏을 동독에서 사다가 서독에서 팔면 5배이상의 이익을 올리는 것이다.
감자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동독에서 5㎏에 0ㆍ85동독 마르크지만 서독에선 4ㆍ94서독 마르크나 하기 때문에 40배 이상의 폭리를 남길수 있다.
이밖에 계란ㆍ포도주ㆍ빵ㆍ치즈ㆍ소시지 등 식료품은 상품 진열대에 전시되기가 무섭게 동이 난다. 암시장에서 대량으로 동독마르크화를 바꾼 서독인들이 승용차는 물론 트럭까지 몰고가 동독의 식료품 시장을 모조리 휩쓸어 가기 때문이다.
식료품뿐이 아니다. 필기기구나 등산장비ㆍ담배ㆍ공구ㆍ광학기기 등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서독에 비해 턱없이 저렴한 상품들도 주요 밀수품목으로 등장하고 있다. 부피가 작기때문에 밀수가 용이한 이점이 있어 특히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들어 동베를린의 알렉산더 광장에 있는 차이스 광학기기 상점에는 망원경이나 카메라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이곳에서 산 망원경을 6㎞떨어진 서베를린에 가서 팔면 6배정도의 이문이 고스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상점의 판매원인 피셔양은(22〕은 『어떤 사람들은 매일와서 물건을 사가는데 그 이유를 물으면 화를 벌컥 낸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에는 밀수품목이 미술품ㆍ자기그릇ㆍ골동품에까지 확대되고 있다.실제로 괴테의 초창기작품 필사본등 고문서와 장난감 기관차등이 밀수됐다. 이때문에 방범시설이 허술한 동독의 미술관이나 박물관등에선 최근들어 도난사건까지 발생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있다.
동독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동ㆍ서독 국경개방이후 지금까지 모두 1백79개의 검문소가 개방됐다.
베를린에서만 하루평균 5만여대의 차량이 동ㆍ서독을 넘나들고 있는데 검문차량은 1%에도 못미친다는 것. 이때문에 차량을 이용한 밀수를 단속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밀수를 막는 방법은 양독의 통화가 단일화돼 물가가 같아질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묘안이 없어 당분간 이같은 밀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유재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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