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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쇼!음악중심’ 방청객 400명에 소화기 분사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MBC TV ‘쇼! 음악중심(연출 신정수)’이 시청자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9일 방청객을 상대로 한 ‘소화기 난동’ 사건 이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와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으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쇼! 음악중심’을 찾은 청소년들에 따르면, 생방송 시작을 앞두고 입장을 하지 못한 ‘방청객 대기자’ 수백명을 향해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소화기를 분사했다.

이날 MBC에는 신인가수 장리인의 데뷔 무대를 보기 위해 1000명 가량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1000명 중 상당수는 장리인 데뷔곡의 피처링을 맡은 그룹 ‘동방신기’ 시아준수 팬이었다. 이들은 선착순으로 지급되는 방청권을 받으려고 전날부터 밤을 꼬박 새운 것으로 알려졌다.

1000명 중 공개홀 최대 수용인원인 650명에 들지 못한 400명 이상의 대기자들은 입장을 포기, 시아준수의 뒷모습이라도 보겠다며 MBC 정문에 진을 쳤다.

MBC 관계자에 따르면 400명 이상의 10대가 4차로 도로를 점거, 교통이 마비되고 주민 항의가 빗발치는 등 소동이 계속됐다. 방송사 측은 안전사고에 대비, 출연진을 팬들이 없는 후문으로 유도했다.

팬들과 방송사간 실랑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문으로 나가겠다’는 어느 가수의 벤 차량이 정문을 통과하면서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방송사에 따르면 벤을 시아준수의 차량으로 오인한 팬 400명이 몰려들어 정문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팬들이 순식간에 도로를 점거하고 차량 보닛 위로 뛰어 오르면서 일순간에 위험천만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MBC 관계자는 “안전관리부 직원이 이를 저지하고자 즉흥적으로 소화기를 1회 분사했다”며 “상황을 진정시키려고 공중에다 뿌렸을 뿐 사람을 향해 분사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소화기 분말이 흩어지는 바람에 팬들이 자신들에게 분사한 것으로 오해한 것”이라며 “’안전요원이 남자여서 여학생들과 신체 접촉 없이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통제 불가능한 극한 상황이 벌어지자 즉흥적인 행동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화기는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있던 강모양(16)은 “시아준수를 보려고 지방에서 올라 왔다. 방청은 커녕 소화기 세례에 머리가 아파 혼쭐이 났다. 소화기 가루가 날리면서 눈앞이 침침해져 벤 차량과 부딪힐 뻔 했다. 같이 온 친구는 차도로 튕겨져 나가 대형 사고가 일어나는 줄 알았다”고 흥분했다. 강양은 “MBC의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측은 이른바 ‘상주사태’ 등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있을 수도 있는 안전사고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소화기를 용도대로 사용하지 못한 사실도 시인했다.

지난해 10월에도 MBC는 ‘가요콘서트’ 상주 자전거축제 공개방송에서 11명이 압사하는 사고로 지탄을 받은 바 있다.

MBC 측은 “안전 바 설치, 여성요원 기용 등 납득할 수 있는 해산방법을 썼어야 했다”며 “안전관리부장과 담당 PD가 사과문과 함께 당시 상황에 대해 인터넷에 공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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