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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여성 모두의 일" 공동인식 심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남성에 의해 자행되는 강간·폭행·아내구타등 성폭력의 현실을 여성들이 바로 알아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식, 대처케하는 장기의식화교육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련된다. 여성의 전화(공동대표 손덕수·노영희)는 주부층을 대상으로 27일∼4월28일(매주 화요일 오후2시·서울신촌장로교회) 6회과정의 제1회 성폭력 공개강좌를 열기로 했다.
이는 지금까지 성폭력을 주체로 세미나·토론회등을 연다거나, 여성의식교육의 한부분으로 성폭력을 다루는 등 1회적 범주를 넘지 못했던 것을 유료 장기교육으로 끌어올려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여성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노영희대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강간등 성폭력은 「특별한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것으로 여겨 단순한 개인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하고 『가정·사회에서 자행되는 성폭력을 체계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여성 누구나가 희생자가 될수 있다는 공동인식을 심어주자는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이 공개강좌는 ▲여성의 전화상담에 나타난 가정의 현주소―아내구타·외도·시집갈 등을 중심으로(이현숙 전여성의 전화대표) ▲아내구타의 현실(박형옥 여성의 전화성폭력분과장)▲왜 성은 범람하고 있는가―향락산업과 인신매매·매매춘을 중심으로(이영자 성심여대교수) ▲대중매체에 나타난 여성의 상품화(오숙희 계명대강사) ▲여성을 「피소인」으로 만드는 강간재판(양흥업 여성의 전화 간사)의 순으로 진행된다.
제6회는 숙박교육으로 ▲성폭력, 어떻게 대처할것인가(노영희대표) ▲주부의 역할(지은희한신대강사) 등의 강의로 진행된다.
여성의 전화가 이처럼 성폭력 공개강좌까지 마련하고 나선 것은 어린이 강간·인신매매 등 성폭력 문제가 갈수록 극을 더해가고 있기 때문. 이런 현실에서 전화·면접에 의한 개인상담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아 사전예방·사후처리 측면에서 광범위한 공동대처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83년 여성의 전화가 설립된 이후 지난해까지 상담해 온 2만여건 가운데 구타만도 6천6백여건(32%)에 달하고 있다. 또 여성의 전화가 매맞은 아내나 강간당한 여성들을 최고20일까지 보호해주는 긴급피난처인 쉼터에도 87년 개소이후 89명이 거쳐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한달만도 2백60건의 상담가운데 4%가 강간사건이였으며 이가운데 치한에 의한것은 10%에 지나지 않아 강간이 모르는 이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쯤으로 여기고 있는 여성들의 통념과 큰 차이를 보여준다.
『강간이 친척을 포함한 주위의 아는 사람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으로 예방상담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강간을 당한 경우라도 24∼48시간 이내에 정액을 채취,증거를 확보한후 고발·고소에 대비해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상대방이 발뺌하는 것을 막을수 있다.
또 요행히 강간을 미수에 그치게 했더라도 방심해서는 안된다. 범죄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상대방은 목적을 이룰 때까지 강간을 기도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혼여성은 강간을 당한후「순결」문제 때문에 자포자기식 결혼을 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강간으로 맺어진 결혼은 구타로 이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고 말하는 노대표는 이같은 구체적 대책과 함께 ▲사회의 이중적 성윤리 ▲TV·영화·광고에서 여성의 상품화를 통한 사회분위기 조성 ▲영생애육원사건·변월수사건·강정순사건등 강간사건 수사·재판과정에서의 성차별등 성폭력의 배후를 조망해 보겠다고 밝혔다.
여성의 전화측은 성폭력 공개강좌를 상·하반기로 나눠 연2회 개최할 예정이며 앞으로 미혼여성들로 범위를 확대, 직장에서의 성폭력문제도 함께 다룰 계획이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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